‘적자타령 시범경기 중계거부’ 방송 공공성 외면…단기이익 매몰 악수

입력 2019-03-13 08:50 수정 2019-03-13 11:28

2019년 KBO리그 시범경기가 시작된 지난 12일 서울 고척돔을 찾았다. 오후 1시 경기가 시작될 무렵 경기장을 찾았을 땐 개방된 2층 내야석 자리가 대부분 관중으로 가득 찼다. 지난해 2000~3000명 관중 경기가 상당했던 고척돔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4106명이었다. 전국 5개 구장을 찾은 관중은 1만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보지 못한 프로야구에 대한 갈증이 컸던 탓도 있지만, TV로 경기를 시청할 수 없었던 탓도 있다. 그런 탓에 각 구단은 자체 유튜브 방송을 준비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3사와 이들의 스포츠채널 자회사가 중계방송 편성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해당 방송사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광고가 잘 붙지 않는 시범경기를 중계한다면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는 변명이다. 일견 맞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파 3사와 스포츠채널 자회사는 프로야구 중계로 그동안 막대한 흑자를 누려왔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경기가 치러지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돈을 벌어왔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는 3년 연속 800만 관중 시대가 도래할 만큼 야구팬들의 관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상파 3사와 스포츠채널 자회사는 시청률 상승에 따른 광고 확대가 가장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야구팬 유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행태는 야구팬 유입은커녕 야구팬들의 발길을 막는 단기적인 이익에 매몰된 악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방송이라는 매체의 공공성이다. 누구나 프로야구를 볼 수 있도록 야구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 게 방송사의 의무다. 보편적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방송의 공익적 사명감을 계속 무시한 채 돈벌이에 급급하다면 외부의 힘을 가해서라도 중계권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KBO 역시 시범경기 중계 불가라는 사태가 올 때까지 내버려 둬온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남은 기간이라도 중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발 빠르게 대처하고 향후 재발 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