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간 휘몰아친 ‘버닝썬 사태’로 음지 문화의 민낯이 공개됐다. 시작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단순 폭행 시비였다. 당시만해도 성(性)·마약으로 뒤범벅 된 초대형 스캔들로 번질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폭행은 마약으로, 성폭력으로, 다시 성로비와 불법촬영으로 이어졌다.
불법촬영·유포자는 아닌 승리… ‘성접대 알선’도 처벌 안 될까
승리는 2015년 말 해외 투자자들을 접대하기 위해 클럽 아레나 직원들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눴다. 그는 “여자는?” “잘 주는 애들로”라며 성접대가 가능한 여성을 요청했다. 유리홀딩스의 대표 유모씨는 “여자들 준비하고 있으니까 호텔방까지 갈 수 있게 처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대화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품평하는 은어인 일명 ‘물개’(물 좋은 게스트)를 찾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이 다수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을 몰래 찍은 불법 촬영물을 돌려봤던 사실도 드러났다. 2016년 1월 9일 승리의 요식사업을 돕던 지인 김모씨는 남녀 성관계 영상과 사진을 올렸다. 메시지를 확인한 승리는 “누구야?”라고 물은 뒤 곧바로 등장하는 영상 속 남성을 알아봤다. 촬영 장소는 숙박시설로 여성은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했다. 이밖에 경찰이 확보한 또 다른 대화에도 유사한 불법촬영 유포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된 여성 대부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훈 CRC크라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재 공개된 대화 내용만 보면 승리는 불법촬영·유포자는 아니다”라며 “김씨의 촬영에 직접 관여(교사·방조)했거나 영상을 저장해 다른 곳으로 전송하는 등 추가 범죄 사실이 없다면 법적인 책임은 물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접대 알선 혐의에 대해서는 “공개된 대화 내용을 포함해 참고인 진술 등 여러 현안을 종합해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여성에게) 금품을 줬거나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 제공됐다면, 그리고 해당 사실을 승리도 알고 있었다면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잘 주는 애들로’라는 대화 만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만 최소 10명… 정준영, 가중처벌 될 듯
‘승리 게이트’가 열린 후 불똥은 그와 막역한 남자 연예인들에게로 튀었다. 성접대를 논의한 문제의 채팅방에 스타급 연예인들이 다수 포함됐고, 이곳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채팅방 주요 멤버 중 한명은 가수 정준영이다. 그는 불법촬영물을 직접 찍어서 뿌렸다. 피해 여성은 최소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팅방 구성원들이 여성을 품평하고 조롱하는 대화도 고스란히 공개됐다. 해외 촬영 중이던 정준영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12일 급히 귀국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정준영과 김씨의 대화를 살펴보면 2015년 말 정준영이 한 여성과 성관계를 자랑했고, 김씨가 “영상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준영이 곧바로 3초 분량의 성관계 영상을 올렸다. 이들 대화방에서 성범죄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자행됐다. 이들에게 여성과의 성관계를 불법촬영하고 공유하는 행위는 당연한 듯 보였다.
피해 여성을 조롱하는 대목도 포착됐다. 정준영을 비롯한 채팅방 멤버들은 불법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정준영은 지인에게 “상가에서 관계했다. 난 쓰레기야ㅋㅋㅋㅋㅋ”라며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지인은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요”라며 동조했다.
정준영은 3년 전에도 비슷한 성범죄 의혹을 받았다. 당시 그의 여자친구 A씨는 “2016년 2월 정준영이 성관계 중 내 신체 일부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며 그를 불법촬영 등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같은 해 8월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했다. 정준영은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A씨가 돌연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고소를 취하했고, 검찰도 “고소인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신체를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준영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2016년 초 A씨와 교제하던 시기에 상호 인지 하에 장난삼아 촬영한 짧은 영상이었다”며 “곧바로 삭제했고 불법촬영이 아니었다. 이별 과정에서 여자친구가 우발적으로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도훈 변호사는 “정준영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촬영과 유포 두 가지 죄목이 적용되고 피해자가 여럿일 경우 가중 처벌된다”고 말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따르면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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