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부-EU, 브렉시트 수정 합의…英의회, 이번엔 통과시키나

입력 2019-03-12 18:47
테리사 메이(왼쪽)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밤 2시간여에 걸친 마지막 협상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안전장치’ 조항을 보완한 최종 합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 정부가 하원의 2차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밤 유럽연합(EU)과 수정안을 마련했다. 지난 1월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던 기존 합의안에서 논란이 됐던 ‘안전장치(Backstop)’를 일부 보완한 것이다. 이에 따라 12일 오후 하원 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1일 오후 늦게 EU 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찾아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났다. 양측은 2시간여 동안 협상을 벌인 끝에 ‘안전장치’ 조항을 보완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한 뒤 공식회견을 가졌다.

‘안전장치’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국경 문제에 관한 타협안이다. 영국 정부와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시 통행 및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에 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기는 내용의 안전장치 조항에 합의했다. 양국의 역사적 갈등 재현과 경제적 혼란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보수당과 연정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은 안전장치 종료 시한이 없어 전환기간 이후에도 EU의 관세동맹에 남게 되며 영국의 통합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에 영국 하원은 지난 1월 진행한 표결에서 영국 의회 역사상 최다 표차인 230표로 부결시켰다.

이후 영국 정부와 EU는 추가협상을 가졌다. 당초 EU는 추가협상에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될 경우 영국만이 아니라 EU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해 한발 물러섰다. 메이 총리와 융커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늘 영국 의원들이 요구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안 변경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합의된 내용의 핵심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공동 합의안(joint legally binding instrument)’을 통해 EU가 안전장치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없도록 보장한 것이다. 만약 EU가 안전장치를 무기한 유지하려고 하면 영국은 ‘일방적 선언(unilateral declaration)’이 일방적으로 이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영국과 EU의 미래관계에 대한 선언에 추가되는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을 통해 안전장치를 대체할 자유무역협정도 2020년 말까지 마련한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이날 합의된 내용에 대해 기존 합의문에 법적 구속력 있는 일종의 ‘주석서’를 부연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기존 합의문을 바꾸지 않으면서 내용을 보다 명료하고 모호하지 않게 진술했다”면서 “브렉시트 시행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경우 법적 맥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이제 영국 국민들의 지시에 따르기 위해 함께 할 때”라면서 의원들에게 새 합의안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융커 위원장도 “변경된 브렉시트 합의안은 최선”이라며 “영국 의원들은 근본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융커 위원장은 “이번 합의가 영국에 마지막 기회다. 세 번째 기회는 없다. 안전장치에 대한 더 이상의 다른 해석은 없다”면서 “1일 의미있는 투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합의는 없다. 이번 합의안이 아니라면 브렉시트가 아예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영국 의회가 수정된 합의안을 통과시킬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승인투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국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인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 즉 320명 이상의 찬성표를 획득해야 한다. 현재 집권 보수당 의석이 314석,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10석인 만큼 보수당과 민주연합당이 모두 찬성표를 던질 경우 브렉시트 합의안은 의회를 통과할 수 있다. 현재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은 신중한 분석과 논의 후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12일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영국은 기존 합의대로 3월 29일 EU를 질서있게 탈퇴한다. 하지만 만약 이번 투표도 부결되면 다음날인 13일 노딜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이 진행된다. 다만 근소한 표차로 부결된다면 메이 총리가 이번주에 다시 한 번 승인투표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노딜 관련 표결까지 부결될 경우 하원은 14일 브렉시트 연기 여부에 관한 투표를 하게 된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달 말 의회에서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고, EU 역시 동의했다. 다만 융커 위원장은 “오는 5월 23~26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 전 영국의 EU 탈퇴가 완료돼야 한다”며 “그 전까지 영국이 EU를 떠나지 않을 경우 그들은 법에 따라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