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패스트트랙 연대’ 바른미래당 내부 균열로 삐걱 조짐

입력 2019-03-12 18:03 수정 2019-03-12 18:53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여야 4당의 선거제 패스트트랙 연대가 바른미래당 내부 반발로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12일 일부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연대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자, 내부 의견 조율을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이견만 확인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의원들 가운데는 4당 공조를 깨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쟁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지,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이 목표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정부·여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을 보면 반쪽자리 연동형 비례제”라며 “정부·여당의 술수에 넘어가 그것도 다른 여타 법과 연계해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일을 저는 받아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패스트트랙을 태운다고 해도 선거 몇 달 전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현행 지역구 수를 줄이는 이 개편안을 어느 누가 선거 직전에 동의해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원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공수처 등 사법개혁안을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워줘도 나중에 오리발 내밀지 모른다는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금은 개혁 법안이 급하니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에 함께 태운다 해도 결국 총선을 앞두고는 지역구를 28석이나 줄이는 선거법은 없던 일로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한 호남 중진의원도 민주당을 믿기 어렵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도 통화에서 “여야 합의 없이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이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을 한국당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줄이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맞불을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을 걸어 놓아봤자 1년 후 통과된다는 보장도 없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손학규 대표는 의총에서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면서 이것저것 (다른 법안들을) 가져다 한꺼번에 얹혀놓는 일은 잘못됐다. 개혁의 본 의도를 왜곡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방안을 중심으로 협의하되 온전한 연동형 비례제여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법은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국정원법은 대공수사권을 이관하지 않는 수정안을 전제로 하겠다”고 말했다. 4당 공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비공개회의를 포함해 한 시간여 동안 논의가 이어졌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다음번 의총으로 최종 결정을 유예했다.

전날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 때도 패스트트랙 연대에 대한 반대 목소리들이 나왔다. 하태경 최고위원과 오신환 사무총장이 비공개회의에서 김 원내대표의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상정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하 최고위원은 “현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간 느낌이 있다”며 조심스레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비례대표를 줄여 의원정수를 줄이자는 한국당의 선거법 개정안은 국민 대다수가 좋아하는 이야기”라며 “한국당을 배제한 채 진행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논의가 오히려 한국당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오 총장은 “이렇게 내부 의견 조율 없이 선거법 패스트트랙 공조를 이어가다 나중에서야 이견이 발생하면 또다시 당이 삐걱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하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선거법은 합의 추진을 해야 할 사안”이라며 “합의를 못하면 못하는 것이지 패스트트랙을 태워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반발도 있고, 합의 추진이 안 된다면 4당 공조를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