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오늘 첫 퇴위 의식

입력 2019-03-12 17:23
아키히토 일왕이 12일 왕족이 거주하는 왕궁인 도쿄 고쿄(皇居) 내의 사당인 규추산덴(宮中三殿)에서 첫 퇴위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AP 뉴시스(궁내청 제공)

오는 4월 30일 공식으로 물러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 의식이 12일 시작됐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일왕 가족이 거주하는 도쿄 고쿄(皇居)의 사당인 규추산덴(宮中三殿)에서 조상들에게 퇴위 사실을 고하는 의식을 치렀다. 규추산덴은 일본 왕실 관련 신 285위를 모신 ‘신전’, 일왕 지위를 증명하는 왕실의 3개 보물(三神器:거울·옥·검) 중 거울을 봉안한 ‘현소’, 일왕의 조상신으로 알려진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를 비롯해 역대 왕들의 신주를 모신 ‘황령전’으로 이뤄져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3개의 사당을 돌면서 절을 올린 뒤 옛 일본어로 30년간 재위했던 일왕 자리에서 4월 30일 퇴위한다는 내용고 고했다. 경추증성신경근증을 앓아 몸이 불편한 미치코(美智子) 왕비는 사당 내 방에서 절을 올렸다고 궁내청은 전했다.

이날 첫 퇴위 의식을 치른 아키히토 일왕은 오는 26일 일본의 초대 왕으로 알려진 진무덴노(神武天皇)릉을 찾고, 4월 18일 이세(伊勢)신궁을 참배한다. 미에(三重)현 이세시(市)에 있는 신사인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종묘다. 4월 하순에는 도쿄 하치오지에 있는 부친 쇼와(昭和) 일왕의 묘소를 참배한다. 이들 의식은 모두 종교적으로 치러진다.

아키히토 일왕이 12일 도쿄 고쿄(皇居)의 사당인 규추산덴(宮中三殿)에서 조상들에게 퇴위 사실을 고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규추산덴은 ‘신전’ ‘현소’ ‘황령전’ 등 3개의 사당으로 이뤄져 있다. AP뉴시스(궁내청 제공)

아키히토 일왕은 4월 30일 오후 5시 고쿄 내 마쓰노마(松の間)에서 국가행사로 치러지는 공식 퇴위식을 치른다. 마쓰노마는 총리나 최고재판소장 등에게 임명장을 주고 새로 부임하는 외국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이 열리는 곳이다. 이날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국민을 대표해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를 발표한다. 아키히토 일왕은 퇴위 후 ‘상왕(上皇)’이 된다.

올해 86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아버지 히로히토(裕仁·연호는 쇼와) 일왕이 서거한 후 1989년 1월 즉위했다. 이후 2016년 8월 나이가 들어 일을 감당해 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큰아들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와 의회는 이듬해 황실전범 특례법을 통해 퇴위를 결정했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에도시대 후기인 1817년 아들에게 양위했던 고카쿠(光格) 일왕 이래 202년 만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