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교내 흡연을 금지하고 비행 청소년은 삼청교육대로 보내 재교육을 해야 합니다.’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고 있으니 학부모와 학생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각급 학교는 단축수업 또는 휴업을 실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사칭한 황당한 ‘기밀문서’의 일부 내용이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담긴 가짜 문서를 만들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우편으로 발송한 대학생 박모(26)씨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공문서위조 및 위조 공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광주 모 대학교 1학년인 박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 8일 오후 3시57분쯤 광주의 한 대학교 내 우편물취급소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사칭한 문건을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앞으로 발송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호흡기 질환을 가진 박 씨는 지난 7일 자신이 재학 중인 대학의 교학처에 ‘미세먼지가 심각하니 단축수업을 해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대학 측이 거절하자 불만을 품고 미세먼지에 따른 단축수업 등을 지시하는 대통령 명의의 가짜 문서를 만들어 시·도 교육감 앞으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A4용지 2장 분량의 가짜 기밀문서에 ‘현재 미세먼지가 지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모든 학교에 대해 단축 수업과, 매우 심한 곳은 휴업을 시행하고자 한다’며 대학과 인문계 고교 등은 단축수업과 차량운행 조치, 흡연금지 등을 즉각 실시하라고 적었다.
또 ‘청소년 범죄도 성인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 ‘대학 학제와 교육과정도 변경한다’ 등의 내용과 함께 ‘이달 말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한다’는 경고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1일 오후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청와대 사칭 문서가 배달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전남우정청 야간당직자의 협조를 받아 등기발송 대장과 발신지인 해당 대학 우편물취급소의 CCTV영상 등을 확인해 12일 새벽 0시15분쯤 박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박 씨에 대한 정신감정과 함께 어떤 목적으로 이 같은 청와대 사칭범죄를 저질렀는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문 대통령 사칭 기밀문서 보낸 황당 대학생.
입력 2019-03-12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