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첼시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홈경기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와 비겨 ‘빅4’(Big 4) 진입에 실패했다. 울버햄튼을 잡고, 에버튼까지 이기면 단독 3위가 가능했다. 무승부는 그래서 더 뼈아팠다.
첼시 팬들은 올 시즌 초반만 해도 2014-2015 시즌, 2016-2017시즌의 우승을 떠올렸다. 이런 경향을 바탕으로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짝수 해 우승 징크스를 완성하길 희망했다. 하지만 지금의 첼시는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 4위 아스널에 승점 3점 뒤진 6위에 자리하고 있다. 우승은커녕 상위권 수성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지난 1월 19일(현지시간) 런던 에미리츠 스타티움에서 아스널에 0대 2로 완패한 뒤 본머스에 0대 4, 맨시티에 0대 6으로 대패까지 당했다. 팀 분위기는 올해로 넘어오면서 순위와 함께 추락했다. 풋볼리그컵 결승전에선 주전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사리 감독의 교체 지시를 거부하기도 했다. 팀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사리 감독은 “실수를 인정할 줄 안다”며 케파를 용서하고 팀 분위기를 재정비했다. 그 덕에 첼시는 부진에 허덕이는 토트넘을 2대 0으로 잡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뒤이어 펼친 풀럼, 우크라이나 디나모 키에프전에서 연승해 사기를 끌어올린 듯했지만 울버햄튼에 발목을 잡혔다.
그래도 첼시가 지금까지 승점을 쌓은 힘은 수비에 있었다. 본머스와 맨시티에 합계 10실점 무득점했던 두 경기를 제외하면, 27경기에서 2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두 경기를 포함해도 4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네 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다비드 루이스, 안토니오 뤼디거가 버티고 있는 수비진의 짜임새가 뛰어나다.
활발한 활동량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하는 은골로 캉테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로베르토 후트가 지난해 9월 30일(현지시간) 스카이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떻게 후트, 심슨, 모건, 푸흐스 수비 조합으로 우승할 수 있었나”라는 질문을 받고 주저없이 “캉테”라고 대답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캉테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탄탄한 수비만으로는 4위권에 진입할 수 없다. 수비는 패배를 막을 수 있지만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 결국 공격력이 중요하다. 첼시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중앙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모든 선수가 ‘사리볼’을 따르기 위해 100%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들은 에당 아자르밖에 위협적인 선수가 없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첼시의 팀 득점은 50점으로 ‘빅6'에서 가장 낮다. 한 경기를 더 치러도 4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나머지 세 팀을 뛰어넘긴 어렵다.
빈공의 원인은 스트라이커 부재다. 아자르와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각각 리그에서 13골과 8골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고 있지만, 원톱의 무게감이 부족하다. 시즌 전반기 원톱을 담당했던 알바로 모라타는 지난 1월 28일(현지시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하기 전까지 리그 5골에 그쳤다. 올리비에 지루는 유로파리그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리그에선 662분 출장하며 1골밖에 넣지 못했다. 첼시 팬들은 “옛날 리버풀의 ‘램발보(램버트·발로텔리·보리니)’를 보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첼시는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곤살로 이과인을 영입하며 공격진 변화를 시도했다. 모라타보다는 이과인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리 감독은 “이과인이 나폴리 시절의 민첩성을 잃었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이과인이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제대로 맞춰본 적이 없기 때문에 스트라이커 부재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첼시 팬들은 동기부여도 지적하고 있다. 동기부여는 강팀과 경기에서 패배할 때마다 사리 감독이 매번 지적했던 문제다. 케파의 ‘항명 사건’ 때 첼시 팬들은 ‘태업’을 거론하며 팀을 비판했다. 외부에서 첼시 선수들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우승은커녕 ‘빅4’로 시즌을 마감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첼시가 앞으로 남은 9경기를 모두 소화하기 전에 풀어야 할 과제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