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린 일에 점검하고 끝?”… 보잉 737 맥스 8, 해외 대응 사례

입력 2019-03-12 13:40 수정 2019-03-12 13:47
보잉 737 맥스 8 최신형 항공기들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렌턴공항 계류장에 모여 있다. 에티오피아 추락기와 같은 이 기종의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AP뉴시스

“4월에 떠날 예정이에요. 운항을 중지한 것도 아니어서 너무 걱정되네요.” (베트남 나트랑 여행카페 회원 hah*****)

“혹시 취소한 분이 계신가요? 여행지에 왔는데 항공기 때문에 걱정만 늘어나네요.” (베트남 푸꾸옥 여행카페 회원 jus*****)

“취소 수수료만 20~30만원인데 취소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기분 좋게 가야 할 여행에 이렇게 스트레스받고 고민돼 속상하네요.” (일본 여행카페 회원 seo*****)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한 보잉 737 맥스 8(이하 맥스) 기종을 놓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여행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걱정 어린 문의가 쏟아졌다. 이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나 관련 부처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기종을 운용하는 이스타항공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다. 항공사를 관할하는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이스타항공에 감독관을 파견해 긴급점검을 실시하되 운항 정지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원인 규명 전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베트남 여행 커뮤니티 회원 A씨는 “(타려는 비행기가) 맥스지만 변경 운항 예정이 없다고 한다”며 “(항공사가) 불안 사유의 취소에 수수료를 그대로 적용한다며 완강하다”고 적었다. 이어 “안전하게 갈 확률이 더 크겠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중국은 맥스 기종의 운항을 전면 금지시켰다고 한다. 국민 안전에서 중국의 대처가 빠르다”고 했다.

고강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담은 의견은 이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들에게서도 발견된다. 회원 B씨는 “비행기 사고가 나면 전원 사망이다. 긴급점검상 문제점이 없었더라도 그 기종의 비행은 금지해야 하지 않냐”고 토로했다.

평소 여행을 즐기는 대학생 박모씨는 “만약 내가 타려던 비행기가 사고 기종이라면 절대 안 탈 것”이라며 “취소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강모씨는 “대학생의 신분에서는 취소 수수료가 크게 느껴진다”며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취소 수수료를 내고 항공편을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도 맥스 기종의 운항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사내 게시판에서 자신의 신분을 조종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맥스에 대한 안전운항을 조종사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며 “제작사에서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 운항 중지를 부탁한다”고 적었다. 직원들의 동의 댓글도 다수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맥스 기종에 대한 문의가 접수되고 있지만 예매 취소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며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잉사 근로자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렌턴공항 내 자사의 조립공장에서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를 살피고 있다. AP 뉴시스

해외는 어떻게 대처했나

에티오피아항공기는 지난 10일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이륙한 지 6분 만에 추락했다. 승객 157명은 모두 사망했다. 이 항공기의 기종은 맥스. 지난해 10월 29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이륙 13분 만에 추락해 탑승객 189명이 전원 사망한 라이언에어 여객기도 이 기종이었다.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중국, 몽골,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부나 민간 항공사는 맥스 기종의 운항을 발빠르게 잠정 중단하고 있다. 에티오피아항공은 11일(현지시간) 안전을 위한 예비조치로 남은 맥스 기종 4대의 운항을 중단했다. 인도네시아 항공당국도 11대의 맥스 기종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운항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는 국적기의 맥스 기종 60여대에 같은 조치를 내렸다.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사고를 수습하는 인부들이 11일(현지시간) 사고 현장인 비쇼프투 마을에서 잔해를 옮기고 있다. AP뉴시스

다만 미국은 다르게 조치했다. 미국은 보잉사 본사 소재지면서 세계에서 일일 항공기 운항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미 연방항공국(FAA)은 “맥스가 여전히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이라며 “보잉사의 상업용 항공기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평가·감독하고 있다.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발견하면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나 항공사 선에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게 대응한 셈이다. 크리스 마인츠 사우스웨스트항공 대변인은 “요금 규정이나 항공편 변경 제한 규정을 완화하지 않았다”며 “맥스 기종의 비행 안전성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맥스 기종 34대를 보유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항공편 변경 시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날짜를 바꾸는 경우 차액을 예약자에게 청구한다.

다른 항공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메리칸에어라인은 항공편 변경 수수료를 면제하지 않기로 했다. 맥스 기종을 14대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다.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마찬가지로 맥스 기종의 안전성에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20개 항공사 승무원 5만명이 가입된 승무원 노조는 FAA에 승무원·탑승객의 안전 우려 해소를 위해 맥스의 안전성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