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을 언급했고, 이에 격분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연단으로 올라가 항의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을 교체하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는 위험한 도박이다. 이제 그 위험한 도박을 멈춰 달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핵 폐기 의지가 없다는 것을 지난달 28일 확인했다. 그동안 북한의 협상은 핵 폐기가 아닌 핵 보유를 위한 것이었다”며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려 한다. 미국이 영변 이외의 핵시설을 꺼내자(언급하자) 바로 협상은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사실상 결렬로 회담을 끝냈다.
나 원내대표는 “종전선언까지 가능하다던 청와대의 ‘김칫국’ 발언들이 참으로 민망해지는 순간”이라며 “무늬만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무력화가 바로 문재인정부의 생각인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가 문재인정부의 비핵화 플랜이냐”고 반문했다.
또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이 이제는 부끄럽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며 “진짜 비핵화라면 한국당도 초당적으로 돕겠다. 하지만 가짜 비핵화라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때 연단으로 올라가 항의했다. 나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가 제지를 받고 물러간 뒤 연설을 이어갔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 책임론을 앞세워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김 후보자는 사드(THAAD) 배치 당시 ‘나라가 망한다’며 반대하고 대북제재를 비판했다.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