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는 어떻게 단단한 팀이 됐나 ①

입력 2019-03-12 06:00
대구가 시즌 첫 승을 거두었다. 작년과는 다른 출발이다. 뉴시스


“우와~!”

프로축구 대구FC 간판 공격수 에드가 실바가 후반 31분 득점하자 DGB대구은행파크에 모인 관중 1만2000명이 기립했다. 빅리그의 빅클럽을 보는 것 같았다. 대구는 지난 9일 이곳으로 제주 유나이티드를 불러 가진 K리그1 2라운드에서 후반 39분 김대원의 추가골을 더해 2대 0으로 승리했다. 앞서 지난 1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개막전을 1대1로 비기고, 5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에서 호주 멜버른 빅토리를 3대 1로 격파한 흐름을 살려 리그 첫 승까지 따냈다.

지난해 전반기 대구FC를 생각한다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대구FC는 지난해 3월 3일부터 5월 19일까지 펼친 14경기에서 1승 4무 9패를 기록했다. 여론은 대구FC의 강등이 확정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해 7월부터 시작한 후반기에서 대구는 리그 10승 2무 7패를 거두며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스플릿 B그룹에서 3승 2무를 기록하며 무난히 잔류했다. 상승세를 탄 대구FC는 2018년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울산 현대를 총합 점수 5대 1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이 흐름은 시즌 초반에도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대구FC를 단단하게 만든 것일까.

대구의 신예 김대원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유망주들의 성장, 대구에 활기를 불어넣다

빠른 돌파와 과감한 개인기로 대구FC의 간판 공격수였던 이근호와 황일수의 재림을 연상케 하는 김대원.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에서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대구의 대표 ‘미남 선수’ 정승원. 대구 스리백의 핵심 중앙 ‘골 넣는 수비수’ 홍정운. 제주전에 뛰었던 대구FC 국내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6.7세였다. 젊은 신예들이 이끄는 팀을 캡틴 한희훈, 조현우, 황순민 등 노련한 선수들이 뒷받침하고 있는 형태다.

대구 FC 공격수 정승원, 꽃미남 외모로 대구 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대구FC 공식홈페이지

신예 선수들은 지난 후반기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홍정운은 후반기 16라운드와 17라운드 경기에서 ‘극장골’을 터뜨려 팀에게 2승을 안겨주는가 하면 김대원은 울산과의 FA컵 결승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류재문(27), 윙어 고재현(21), 전 경기 출장하고 있는 장성원(23), 지난 시즌 3골을 넣은 박한빈(23) 같은 선수들도 대구에 젊은 혈기를 불어넣고 있다.

유망주들이 주축으로 성장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조광래 대표이사와 안드레 감독의 집념이 드디어 결실을 보고 있다.


대구 공격수 에드가가 선취골을 넣고 달려가고 있다. 뉴시스

에드가 영입, 공격의 ‘혈’ 뚫다

세징야는 대구FC가 2부 리그에 있던 2016년에 합류했다. 승격과 잔류, FA컵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한 선수다. 2017시즌 7골을 넣으며 대구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전반기 14경기에서 대구는 8골밖에 넣지 못했다. 전현철, 카이오와 지안 등 외국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 해줬다. 세징야 혼자서는 공격을 풀어낼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구는 전반기를 마치고 세징야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를 전면 교체하는 과감한 결단을 시행했다. 영입 당시 사람들은 191㎝, 87㎏의 체력을 가진 에드가를 ‘타겟맨’ 역할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에드가는 전천후 선수였다. 에드가는 포스트 플레이에 능하고, 골 결정력도 뛰어났다. 후반기 에드가의 기록은 리그와 FA컵 합산 11득점 4도움이었다. 특히 FA컵 결승에선 2골을 넣으며 대구의 우승을 이끌었다.

에드가가 전방에서 볼을 소유하고, 상대 수비를 교란하니 세징야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다. 세징야는 2018시즌 11도움을 기록해 도움왕에 올랐고, FA컵에서 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도 올랐다. 세징야와 에드가의 호흡은 올해 더 강화됐다. 에드가는 전북 전 동점골, 제주전 선제골을 넣으며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세징야의 발끝도 더욱 날카로워졌다. 전북 전에서 훌륭한 프리킥으로 에드가의 골을 도왔다. 멜버른 빅토리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선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에드가가 중앙 수비수 붕괴를 유도한다. 세징야에게 공간이 많아진다. 세징야는 패스를 공급받아 공을 운반하거나 좌우 측면으로 패스를 뿌려준다. 김대원은 빠른 속도로 상대의 오른쪽 측면을 허문다. 정승원은 적절한 움직임으로 세징야의 짐을 덜어준다. 토트넘에 ‘DESK’가 있다면 대구에는 ‘JESK(정승원, 에드가, 세징야, 김대원)’가 있다. 대구의 활발한 공격이 에드가 영입으로 완성됐다.

※대구FC는 어떻게 단단한 팀이 됐나 ②에서 계속…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