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효성어묵 대표이사, 3代 가업 이어 부산어묵의 맥을 지키다

입력 2019-03-11 18:15
최근 건강한 간식과 반찬으로 어묵이 한창 인기다. 특히 ‘부산어묵’은 전국 유통망을 확보하면서 어묵시장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묵이 겨울철 대표 먹거리에 그쳤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형태로 변신해 남녀노소 누구나 사계절 즐겨 찾는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로 사랑받고 있다.
‘부산어묵’은 부산시 일대에서 생산되는 생선살을 원료로 만든 어묵을 말한다. 주재료는 생선이고, 새끼 갈치를 뜻하는 풀치와 조기 새끼처럼 생긴 깡치를 사용한다. 부산은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깝다. 어묵의 주재료인 생선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일제 강점기부터 어묵공장이 들어섰다. 당시에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공장이 대부분이었지만, 해방 이후 한국인이 어묵공장 설립을 주도했다.
㈜효성어묵 공장에서 반죽을 빚고 있는 직원의 모습. 사진=㈜효성어묵 제공.

1960년 ‘온천식품’으로 설립해 지금까지 5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효성어묵(대표이사 김민정)도 부산어묵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업이다. 1997년에는 수제어묵업계에서는 최초로 현대백화점(압구정점)에 입점할 정도로 고급수제어묵 브랜드로 인정을 받고 있다.
10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60여종의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08년 미국 수출을 시작했고, 2009년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적용업체로 인증을 받았다. 2010년부터는 전국 KTX 역사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납품하면서 전국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시장에 눈을 돌린 이 회사는 2013년 중국 수출 수산물의 생산·가공시설을 등록했고, 2015년부터는 연구개발전담부서를 운영함으로써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동종업계와 비교했을 때 직원들의 높은 근속연수와 숙력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지난 8일 부산 장림동에 위치한 이 회사 본사에서 만난 김민정 대표이사는 “배합·성형·설비조정 기술을 가진 생산팀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12년이고, 업계 경험까지 더하면 16년에 이른다”며 “동종업계, 동종규모 타사 대비 가장 높은 근속연수와 경험을 통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위기관리능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어묵제조에서 특히 중요한 내포장 인력의 평균 근속연수도 10년으로 다품종 포장에 대한 대응력이 상당히 높고, 자동화·체계화에 대한 교육도 철저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자회사(효성물류)를 통한 전국 물류배송으로 제품의 질을 유지하는 등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김민정 대표이사는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감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효성어묵 제공.

-제품 특성상 원부자재에 대한 중요성이 상당히 클 것 같은데.
“물론이다. 명태, 실꼬리돔, 잡어, 메퉁이 등의 도입원자재는 신뢰도가 높은 매입거래처를 통해 선별·인증된 제한적인 제조원에서 철저한 관리검사를 거치고 입고한다. 우리만의 자체 입고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지속적인 고품질 원자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풀치나 깡치 등 국내 원자재 또한 3대째 동일한 매입거래처(부산공동어시장 위판도매업체)를 통해 품질의 신뢰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일 어판장 경매를 통해 산지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직송으로 원재료 신선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입고한 원자재는 자체 생산설비를 통해 어육살로 가공 후 어묵제조공정에 투입해 원자재의 선도 및 점성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인건비가 오르면서 어육살을 사서 쓰는 추세지만 우리 회사는 직접 가공한다. 이 것이 우리 제품의 차별화이자 경쟁력이다.”

-60년의 전통을 이어가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다소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작은 것 하나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제품에서부터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대표이사 취임 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부산에서는 드물게 여성으로서 3대째 가업을 승계하고 있다. 계기가 궁금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음악을 전공했다. 그러다 2013년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부친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입사를 결심했다. 사실 전공과 무관한 분야라 겁도 났다. 하지만 반세기를 넘게 유지했던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게 스스로 용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입사 1년 후에는 아예 경영권을 넘겨받아 본격적으로 회사를 꾸려갔다. 처음에는 직원들과 물리적으로 융합되는 게 쉽지 않았다. 정말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5년 정도 지난 지금은 회사가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안정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회사를 경영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예술을 전공한 여성 CEO로서의 강점도 상당히 많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문화예술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식품제조업 특성상 관련 법규가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음식을 대하는 소비자들은 더욱 엄격하다. 그래서 내외부적인 조화가 필요하다. 직원들과 탄탄한 결속력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이고, 이를 바탕으로 최고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수제어묵 브랜드로 소비자의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게 필요하다. 효성어묵을 찾는 마니아층을 많이 만들고 앞으로 100년을 이어가는 장수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자 한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