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거워진 중원이 약해진 수비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 시즌까지 1차 빌드업을 담당하고 수비를 커버했던 에릭 다이어가 맹장염으로 이탈한 뒤 아직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무사 뎀벨레는 중국 광저우 푸리로 이적했다.
다이어의 자리는 무사 시소코가 메웠다. 그래도 다행인 사실은 시소코의 수비 가담에서 부조화가 없는 점이다. 시소코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진을 허물고, 중원에서 오른쪽 수비를 커버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소코가 없었다면 토트넘이 3위 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1차 빌드업과 볼을 운반하는 뎀벨레 역할은 해리 윙크스가 맡았다. 윙크스는 향상된 기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백패스와 횡패스만 남발할 뿐 창의적인 전진 패스는 부족했다. 뎀벨레처럼 상대 공격진영으로 공을 끌고 들어가는 움직임도 없었다. 시소코-윙크스 라인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4위 경쟁을 계속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지는 않았다.
다른 4위권 팀들과 비교해봐도 중원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중앙 미드필더 폴 포그바, 안드레 에레라, 네마냐 마티치가 뛰고 있다. 아스널은 루카스 토레이라, 마테오 귀엥두지, 그라니티 샤카, 아론 램지가 버티고 있다. 첼시는 마테오 코바치치, 은골로 캉테, 조르지뉴, 로스 바클리가 뛰고 있다. 다른 팀들은 선수가 부상으로 빠져도 똑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들이 적어도 한 명씩은 있는데 토트넘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지난 1월 14일 맨유전에서 시소코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토트넘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을 뻔했다. 시소코가 부상으로 빠진 4경기 동안 토트넘은 1승 3패를 기록했다. 1승도 해리 윙크스의 극장골로 풀럼 FC에 겨우 승리했던 것이다.
풀럼과 치른 경기에서 델레 알리마저 부상으로 빠지자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다이어가 출장했다. 경기력이 좋을 수가 없었다. 에릭센은 원래 위치보다 더 내려와 경기를 뛰어야 했다. 전방에 창의력이 부족해졌다. 패스를 공급받아야 할 선수가 빌드업을 주관했다. 토트넘이 상대방 페널티 박스까지 도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지난 아스널전에는 이번 시즌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빅터 완야마가 선발로 출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토트넘 중원의 피로 누적과 부상 이탈이 심각하다. 토트넘은 3주간 휴식을 한다. 쌓였던 선수들의 피로가 조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려면 중원이 각성해 무게감을 회복하고, 3년 동안 보여줬던 중원과 수비의 호흡을 되찾아야 한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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