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정체성’이다. 그라운드에서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베스트 11에 큰 변화를 두지 않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과거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그랬다. 벤투 감독에게 한 번 신뢰를 받은 선수는 계속 중용되는 편이다. 한국 대표팀 부임 후 치렀던 A매치에서도 대부분 경기에서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그는 원톱 신봉자이기도 하다.
그랬던 벤투 감독이 새 얼굴을 발탁했다. 벤투 감독은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3월 A매치 2연전에 출전할 정예요원 명단을 발표했다. 벤투호에 첫 승선한 선수가 무려 5명이다. 스페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이강인과 백승호, 최철순, 구성윤, 권창훈이 벤투 감독에게 점검을 받는다.
그런 만큼 실험적인 전술을 꺼내 들지 관심사다. 기존 틀에 새 선수들을 끼워 맞출지, 아니면 그들을 바탕으로 또 다른 전술을 구사할지는 벤투 감독의 선택이다. 다만 유기적인 전술 변화를 가져가지 못했던 아시안컵의 실패를 복기해볼 필요성이 있다. 그간 벤투 감독이 꺼내 들었던 실험적인 카드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0대 0 무승부)에서 나온 스리백 정도였다.
손흥민의 활용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손흥민은 벤투호에서 단 한 번도 득점을 맛보지 못했다. 소속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에서 펄펄 날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유달리 고전했다. 전술적 관점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면 원톱 신봉자인 벤투 감독이 손흥민의 위치를 최전방 아래 왼쪽 측면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종종 중앙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긴 했지만, 토트넘 때처럼 직접 상대의 골문을 노리긴 쉽지 않았다. 이는 손흥민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이강인과 백승호에게 실질적인 출전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10월 A매치에서 깜짝 발탁한 박지수를 4경기째나 돼서야 교체자원으로 활용했다.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과 신예 선수들을 적절히 섞어가며 그들을 호흡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간 갈고 닦았던 고정된 플랜A 운용을 복기하며 특별한 변화도 시도해야 한다. 상대의 전술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측면에서 무의미한 크로스만 남발하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아시안컵까지 시간적 제한이 있었던 터라 토대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이제는 전술적 다변화에 대해 고민할 차례다. 한번 실패를 맛봤던 스리백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투톱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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