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어린이의 야유를 받았다. 법원 맞은편 초등학교에서 전 전 대통령의 법원 출두를 구경하던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전 전 대통령의 차량은 11일 오전 8시33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출발해 낮 12시30분쯤 광주지법 후문으로 진입했다. 법원 후문은 이미 몰려든 경찰, 기자,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찰은 법원에서 요청받은 80명 이외에 600명의 병력을 추가로 동원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시민단체는 신군부의 광주학살에 대한 전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학살의 주범 전두환은 속죄하라’ ‘전두환은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는 팻말을 세웠다.
전 전 대통령의 법원 출두는 직장·학교의 휴식시간인 점심식사 때와 맞물렸다. 광주지법 맞은편 동산초등학교 창가에 모여 전 전 대통령의 출두를 구경하던 학생들은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쳐 기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전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그 다음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수많은 광주시민들이 신군부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됐다.
전 전 대통령은 그해 8월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접선거로 제11대 대통령, 이듬해 1월 창당된 민주정의당 총재를 맡아 헌법을 개정하고 제12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야말로 신군부의 최고 권력자였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때 대민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8월 27일과 지난 1월 7일에 열린 두 번의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은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대법정에서 시작됐다. 법원으로 들어가면서 만난 기자들로부터 “광주시민에게 할 말이 있느냐”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대체로 대답하지 않았다. 어수룩한 표정으로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거나 “왜 이래”라고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