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항이 기능이 떨어지니까 도심재생을 하듯이 유럽의 항만재개발 과정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시민들이 나서서 오랜 시간을 두고 바다쪽 20∼30m을 보행환경을 조성하고 빌딩숲을 조성한 것처럼 인천 내항도 바다를 살리는 디자인을 중요하게 다룰 생각입니다.”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은 지난 3일에서 9일 유럽을 방문해 항만재생과 산학연 융합의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고, 국제사회와 우호‧교류활동을 펼친 결과를 인용해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유럽은 다 자전거였다”며 “유럽은 풍력발전소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면서 미세먼지 논란에서도 벗어나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대표단은 이 기간 항만재생 현장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와 산·학·연 혁신도시의 우수사례인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 등을 방문했다.
인천시장은 이번 유럽 순방을 통해 시정운영 키워드인 ‘협치’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시정 전반에 확대 도입을 주문했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내 항만용 발전소였던 인포 센터에서는 시민들이 의사결정에 필요한 지식을 쉽게 얻고, 모든 계획과정을 시민과 함께 진행하고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는 거점공간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시는 이 아이디어를 확장해 상반기 중 인천역 일대에 시민참여 거점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개항장 지구와 인천 내항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시는 오는 4월 인천항 상상플랫폼에서 시와 국토교통부, 문화일보가 공동주최하는 도시재생 산업박람회에 이번 순방 중 MOU를 체결한 KCAP A&P사를 공식 초청해 시민참여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했다.
유럽 도시재생의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시민 참여모델을 내항 1·8부두 재생에 구현하고, 이를 시작으로 인천형 도시재생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헬싱키 알토대학 디자인 팩토리와 로테르담 RDM Campus도 ‘함께’를 기치로 산‧학‧연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모임을 만들어내도록 돕는 공간배치, 서로의 연구를 공유할 커뮤니티, 연구 내용을 사업화 할 기업을 만나는 교류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시는 유럽처럼 소규모 도서관도 책이 읽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광장을 만들어 주는 방안도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함께’라는 가치를 통해 기업들은 젊은 아이디어를 쉽게 접촉하고, 이렇게 다듬어진 아이디어는 성숙해 더욱 많은 젊은 일자리와 강소기업의 출현을 이끌어냈다.
박남춘 시장은 이번 유럽 출장을 통해 “모든 도시 길목을 생활의 마당으로”라는 보행친화 도시 전략도 도출했다. 단기적으로 교통량이 줄어드는 원도심에 보행자와 자동차 공존도로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보행과 상가를 활성화 할 수 있는 통합도로 재생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일터와 삶터를 한 곳에 복합하여 자동차 통행량을 축소하고, 대중교통·자전거·도보를 통한 출퇴근이 편리할 수 있도록 바꾸어 나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1인당 3만원씩 기부하는 방식으로 대중교통 인프라를 구축한 사례도 참고할 예정이다.
박남춘 시장은 베르트 버벨트(Bert Verveld) 암스테르담 국립 예술대학 총장을 만나 암스테르담 음대의 2021년 개교를 위한 진행상황을 논의하고 시설을 둘러보았다.
암스테르담의 조선소 창고건물 2동에 예술가 3000명이 모여 있고, 그 옆 건물에는 길거리예술가들을 위한 인프라가 민간 중심으로 조성되는 것도 참고할만한 것이었다.
인천항의 창고건물도 용도를 정하지 않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52시간 노동 시스템에 따라 인천항의 창고를 영화스튜디오로 만들자는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당장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암스테르담 음대 역시 OBA도서관과 함께 항만재생 부지에 입지했는데, 암스테르담 음대의 사례를 통해 문화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는 항만재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우호협력증진 활동도 펼쳤다. 로테르담 아메드 어부탈렙(Ahmed Aboutaleb)시장을 만나 양 도시가 항만재생에 있어 같은 역사적 맥락 가운데 있음을 확인하고, 도시발전에 있어서 교통과 통신 인프라를 활용하는 전략 등을 논의했다.
또한, 함부르크 캐서리나 페게방크(Katharina Fegabank) 부총리와의 면담을 통해서는 지방정부가 도시의 성장과 항만재생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사회 갈등을 봉합하고 사회 통합을 증진시키는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독일 통일 전후 지리적 요충지로서 함부르크의 역할과 발전 전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향후 두 도시간의 우호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박남춘 시장은 “인천내항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은 시민과 함께 인천을 발전시켜 가는 긴 여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며 “당장 내항1·8부두 재생 사업부터 시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협치를 통해 인천시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시민과 함께 진화하고 성장하는 시민 친화형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유럽순방은 시정 전반에서 다양한 형태의 시민참여를 증진하는 방안을 찾고, 글로벌 시대에 인천만의 발전 전략을 다지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인천 내항에도 유럽의 인포센터와 같은 거점센터를 만들어 시민교육도 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난상토론을 하면서 방향을 잡아가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