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땅을 밟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뱉은 첫마디는 “이거 왜 이래”라며 버럭 짜증을 낸 것이었다.
11일 오전 8시30분쯤 연희동 자택을 출발한 지 꼬박 4시간여 만인 12시34분쯤 광주지법을 찾은 전씨.
그는 출발 직전 1995년 말 검찰 출석에 불응할 당시처럼 ‘골목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묵묵부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승용차에 오른 전씨는 탄천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줄곧 뒤따르던 취재진의 열띤 질문이 잇따르자 10여초 만에 도망치듯 다시 승용차에 올라타 광주로 직행했다.
전씨는 광주 두암IC와 5분여 거리인 광주지법 쪽문으로 진입한 뒤 승용차에서 내려 도보로 취재진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40여 걸음 이동했다.
그는 대기 중이던 취재진이 “아직도 5·18 발포명령을 부인하느냐”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차 직후 ‘어리둥절하다’는 표정과 함께 한두 번 입맛을 다시던 그는 ‘발포명령’ ‘사죄’라는 어휘와 쏟아지는 문책성 질문에 자극을 받은 듯 “이거 왜 이래”라고 한차례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전씨가 “광주시민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계속되는 질문을 뒤로 한 채 내뱉은 한마디는 수차례 재판거부 끝에 재판정에 출석하는 그의 자세를 함축적으로 내비쳤다. 차라리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침묵으로 일관한 그는 엄중한 경호 속에서 법정동으로 들어섰다.
전씨는 현재 법정동 건물 2층 보안구역인 증인지원실에 머물고 있다. 앞서 전씨는 이날 오전 8시32분쯤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신뢰 관계인’ 자격으로 법원의 허락을 받아 재판정에 동석하게 될 부인 이순자씨를 승용차 옆좌석에 태우고 광주를 향해 출발했다.
전씨는 2017년 4월에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해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