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리즈 유나이티드를 프리미어리그에서 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04년 재정문제로 인해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된 지 15년 만이다.
36라운드까지 진행된 챔피언십에 소속된 리즈의 순위는 2위. 챔피언십은 상위 1~2팀이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한다. 3~6위는 마지막 한 장의 승급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24개 팀이 소속돼 46라운드까지 진행되는 2부리그 특성상 아직 10경기가 더 남아있지만, 프리미어리그 직행 가능성은 충분하다. 플레이오프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마지노선인 6위 더비카운티와의 승점 차는 무려 15점이다.
리즈는 지난해 여름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부임한 직후 화끈한 공격축구로 탈바꿈했다. 중위권을 전전하던 팀은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에 위치하더니 최종 성적표에서도 ‘직행’을 받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비엘사 감독은 아르헨티나와 칠레 대표팀을 비롯해 빌바오, 마르세유, 라치오 등 유럽과 남미 각국을 누볐던 명장이다.
2부 리그로 떨어진 이후 부채 때문에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재정 파탄을 선고받고 승점 감점 징계까지 받았으나 경제적으로 호전됐다. 성적도 2부 리그에서만큼은 안정권으로 들어갔고, 2017년 홈구장 엘런드 로드의 소유권도 되찾았다. 이제는 2003-2004시즌 이후 프리미어리그 승격까지 노리고 있다.
리즈의 역사는 깊다. 1919년 창단된 이후 1960-1970년대를 호령했다. 1번의 유러피언컵(유럽 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준우승을 비롯해 2번의 1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영국 최대의 맞수로 대표되기도 했다.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맴돌다 1991-1992년 팀 역사상 3번째 1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호황을 맞았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우승경쟁을 펼치는 리버풀보다도 마지막 우승 시기가 빨랐던 셈이다.
이 시기에 영국 대표 골잡이로 칭송받는 에릭 칸토나를 비롯해 앨런 스미스, 리오 퍼디난드, 제로비 킨, 조나단 우드게이트, 아론 레넌 등 쟁쟁한 선수들이 활약했다. 1992년 1부리그가 프리미어리그로 개편되기 직전 마지막 우승팀이다.
‘리즈시절’이라는 인터넷 유행어는 이 시절에 대한 추억이다. 축구팬들이 과거 호황을 맞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리즈시절’을 그리워하다 의미가 확장돼 외모, 인기, 실력 등이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를 뜻하는 대명사로 이 표현을 사용한다. ‘리즈시절’은 돌아올까. 챔피언십은 오는 5월 5일에 끝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