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CF에서 활약하는 이강인이 최근 10경기에서 뛴 시간이다. 그의 출전시간에서 암울한 현재 상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벌써 다섯 경기 연속으로 결장했다. 지난달 22일 스코틀랜드 셀틱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전에서 교체로 나와 15분가량을 소화한 것이 1군 승격 후 가진 출전의 전부다. 암울한 상황에서 소속팀 감독마저 이강인과 같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 쉽지 않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발렌시아는 11일 스페인 지로나의 몬틸리비 경기장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메라리가 2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지로나를 3대 2로 꺾었다. 이강인은 관중석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18인의 소집명단에서 빠져 벤치조차 앉을 수 없었다.
발렌시아는 최근 기세가 절정에 달해 있다. 공식경기 13연속 무패, 프리메라리가 9연속 무패, 공식경기 4연승. 시즌 개막 후 가장 흐름이 좋다. 이강인의 공백이 무색하다. 승점 39점을 얻어내 프리메라리가 6위까지 올라서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권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상승세를 탄 기존 선수단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후반 45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페란 토레스였다. 수비수 파쿤도 론칼리아가 퇴장당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으나 토레스의 활약 덕에 신승했다. 토레스는 이강인과 마찬가지로 구단 하위 팀에서 단계적으로 올라와 지난 시즌 1군 계약을 맺었다. 이강인이 그의 길을 따라가야 하는 셈이다.
경기가 끝난 후 발렌시아의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이강인 출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강인이 출전하기 위해서는 토레스와 마찬가지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냐는 물음이었다.
토랄 감독은 신중하게 답했다. “현재 측면에 6명의 선수가 포진해 있다. 누군가 뛰려면 다른 1명이 엔트리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인이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말한 셈이다. 그는 “우리 팀은 현재 최고의 역동성을 갖추고 있다”며 현재 팀 상황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토레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토랄 감독은 “토레스는 매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1군에서 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는 출전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다. 앞으로는 더욱 경기에 많이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교체로 투입된 선수는 페란과 데니스 체리셰프, 다니엘 바스였다. 측면 자원이 막강하다. 카를로스 솔레르도 벤치를 지켰다. 게다가 토랄 감독은 4-4-2 포메이션의 투톱 신봉자로 측면 공격수에 힘을 싣는 성격도 아니다. 이강인이 소집명단조차 들지 못했던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른 1군 합류가 독이 됐다. 허리를 구성할 미드필더들이 줄 부상을 당하며 기회를 받았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부상 선수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한 탓이다. 곤잘로 게데스와 같은 선수들이 합류하며 뛸 자리가 사라졌다. 이미 1군에 등록됐기 때문에 2군 경기에 출전할 수도 없다.
임대에 관한 여러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같은 스페인 무대 팀들이 그 후보지다. 한 현지 매체는 오사수나, 그라나다,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등을 이강인의 다음 시즌 임대 후보지로 거론하기도 했다. 성장해야 하는 어린 나이, 경험치가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현 상황을 바꿀 만한 무언가 변화가 필요함은 분명해 보인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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