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흡연이 만성 신장(콩팥)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흡연이 만성 콩팥병에미치는 영향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간접 흡연이 콩팥병에 미치는 대규모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 장소에서 더욱 강력한 금연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정탁 교수와 인하대병원 신장내과 지종현 교수팀은 간접 흡연에 자주 노출될 경우 만성 콩팥병 발병 위험이 최대 66%까지 높아진다고 11일 밝혔다.
콩팥은 몸에서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하고 미네랄 등을 조절해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만성 콩팥병의 주요 원인으로는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다. 고지혈증, 비만, 흡연 등도 위험 요인이다. 콩팥은 한 번 나빠지면 이전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만성 콩팥병으로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빈혈이나 고혈압, 폐부종, 위장관 출혈 등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2001~2014년 한국 유전체학 및 역학 연구에 참여한 13만1196명 중 장기 추적이 가능한 비흡연자 2284명을 대상으로 간접 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그룹(717명)과 노출된 그룹(1567명)으로 분류해 만성 콩팥병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간접 흡연은 흡연자 옆에서 직접 흡연에 노출된 경우다.
그 결과 간접 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접 흡연에 노출된 그룹의 경우 만성 콩팥병 위험은 1.48배 높아졌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만성 콩팥병 위험이 1.37배 높아진 것보다 높은 수치였다.
만성 콩팥병 진단 기준은 국제신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사구체여과율’ 60 ㎖/min/1.73㎡ 미만으로, 사구체여과율이 60 이하로 3개월간 지속되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
콩팥에서 혈액을 걸러내는 것을 ‘여과’라고 하며 ‘사구체’는 콩팥에서 소변을 거르는 최소 단위조직이다. 정상 성인의 사구체여과율은 120~130㎖/min/1.73㎡ 정도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1948명을 간접 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그룹과 주 3회 미만 노출된 그룹, 주 3회 이상 노출된 그룹으로 나눠 8.7년간 추적 관찰을 통해 만성 콩팥병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을 평가했다.
그랬더니 간접 흡연에 노출되지 않았을 때에 비해 3일 미만 노출된 경우 만성 콩팥병 위험이 59%, 3일 이상 노출됐을 땐 66%나 높아졌다.
박정탁 교수는 “간접 흡연이 신장 질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금연 정책으로 많은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제한되었지만, 아직 집이나 직장에서 많은 곳에서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에 노출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신장학회 공식저널(Clinical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