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초강력 지진과 높이 17m에 이르는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가 일본 동북부를 덮쳤다. 쓰나미는 해안에서 500m 떨어진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 고요고등학교까지 밀려 들어갔다. 4층 높이의 학교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 학교 건물 3층의 한 교실에는 당시 파도에 휩쓸려 처박혔던 자동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본 전역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상황이다. 이 지진으로 1만 5897명이 사망했고 2583명이 실종됐다. 쓰나미에 이어 도시 전체가 불바다가 됐던 게센누마시에서도 143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게센누마시는 동일본대지진 8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고요고등학교 건물을 게센누마시 동일본대지진 유구 계승관으로 개관했다. 계승관에선 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당시 쓰나미의 영상 등 자료도 전시됐다. 스가와라 시게루 게센누마 시장은 “기념물들이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쓰나미의 위협을 상기시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게센누마시에선 쓰나미에 이어 대형 화재까지 발생해 1434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됐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지 8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여전하다. 피난 생활자는 5만4000여명에 이르고 임시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도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쓰나미 여파로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가 복구가 늦어지는 게 원인이다. 원전사고 수습이 더뎌지다 보니 주민들도 섣불리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 직후 11곳에 피난 지시 지역을 지정했다. 최근에는 원전 주변의 후타바(双葉), 오쿠마(大熊), 나미에(浪江)정 3곳만 남기고 피난 지시 지역이 해제됐다. 하지만 방사능에 대한 걱정으로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은 실정이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제 1원전의 1·2·3호기에서는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발생했다. 원전운용사인 도쿄전력은 멜트다운으로 녹아내린 원자로 내 핵물질 잔해를 모두 꺼내 30~40년 안에는 폐로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녹아내린 핵연료가 원자로 내부에 어떠한 상태로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폐로가 늦어지면서 늘어난 오염수를 처치하는 것도 문제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정화한 뒤 대형 물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에 쌓아놓고 있다. 다시 지진이 발생해 100만t에 달하는 오염수가 담긴 물탱크들이 파괴되면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국내외의 반발이 크다. 테츠 노자키 후쿠시마 어업협동조합 대표는 “오염수를 방출하면 우리가 지나 8년간 쌓아온 것이 파괴될 것이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인근 어획량은 지난해 가까스로 대지진 이전의 15%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후쿠시마1원전 사고 수습에 최대 828조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경제산업성이 지난 2016년에 발표한 225조원을 크게 웃도는 비용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