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 풀백들의 몸 상태가 심상찮다. 오른쪽 측면을 담당하는 키에런 트리피어, 서지 오리에, 왼쪽 풀백인 대니 로즈와 벤 데이비스의 경기력이 모두 시즌 초와 같지 않다.
토트넘은 10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사우샘프턴 세인트 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대 2로 졌다. 부족한 뒷심이 발목을 잡았다. 전반 28분 터진 해리 케인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후반전 두 골을 얻어맞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를 끝낸 뒤 역전패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끝내겠다는 강한 공격력과 절실함이 부족했다. 45분만 경기한 뒤 끝났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노골적인 말로 선수들을 질책했다. 패인을 선수들의 정신력 부재에서 찾은 것이다.
이날 로즈는 실점의 빌미를 내줬다. 사우샘프턴은 후반 31분 왼쪽에서 스튜어트 암스트롱이 낮게 내준 땅볼 크로스를 얀 발레리가 침착하게 슛으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기록했다. 명백한 로즈의 실책이었다. 땅볼 크로스를 다리 사이로 통과시킨 것이 화근이 됐다. 로즈는 후반전 들어 급격히 체력이 저하됐다. 상대 역습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다. 오버래핑 타이밍까지 맞지 않았다. 전반전에 준수한 경기력으로 토트넘 중원 장악에 힘을 보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아주 무거워졌다.
급기야 포체티노 감독은 2골을 실점한 후반 37분이 돼서야 로즈를 빼고 데이비스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한 골이 시급한 상황에서 측면 수비수에 피 같은 교체 카드를 소모했다는 것은 그만큼 로즈가 최악의 경기력을 펼쳤다는 방증이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동점 골을 넣으라고 다리를 꼬고 있는 것 같았다”며 로즈를 조롱하는 논평을 냈다. 선발 선수 중 가장 낮은 평점인 5점을 매겼다.
지난 2일 아스널전(1대 1 무승부)에서도 로즈의 부진은 돋보였다. 상대 수비수 시코드란 무스타피의 적극적인 봉쇄에 발을 묶이며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포체티노 감독은 로즈의 위치를 중앙으로 옮기고 얀 베르통언을 왼쪽 윙백으로 투입하는 나름의 묘수를 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시즌 후반기에 들어서며 체력적으로 지친 탓도 있지만 최근 로즈의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로즈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로즈의 백업 요원으로 활약하는 데이비스 역시 활약이 신통치 않다. 베르통언의 왼쪽 풀백 변신 역시 실패였다. 그러자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도 위태로운 상황에서 경험 없는 유망주 선수를 기용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예상대로 후반기에 들어서자 선수층이 얇다는 치명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토트넘처럼 스리톱을 간격 좁게 운영하는 팀들에게는 풀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오버래핑해 측면에서 공간을 열어줘야 케인, 손흥민과 같은 전방 공격수들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최근 5경기 4골이라는 토트넘 득점 가뭄의 일차적인 책임은 로즈와 같은 풀백들에게 있다. 그들이 살아나야 케인도, 손흥민도 제힘을 발휘 할 수 있다.
토트넘에 더 이상 3월 예정된 경기가 없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다가올 A매치 휴식기 동안 팀을 정비해 반등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측면 풀백들의 숨 고르기는 그 첫 번째다. 이들이 제 감각을 찾지 못하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치는 악몽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