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토트넘 홋스퍼의 최근 성적은 1무 3패. 우승을 향한 레이스를 달리던 때가 불과 한 달 전이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 경기 덜 치른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승점 3점 차. 이대로라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권 수성도 어렵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이 늪에 빠진 시점이 주포인 해리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한 때와 정확히 맞물린다.
토트넘은 10일 0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사우샘프턴의 세인트 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사우샘프턴에 1대 2로 패했다. 전반 28분 터진 케인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며 후반전 두 골을 얻어맞았다. 손흥민은 후반 27분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 투입되면서 약 20여 분간 뛰었으나 단 한 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최근 리그 4경기에서 단 승점 1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부상 복귀 후 현재까지 케인의 활약은 훌륭하다. 지난달 25일 번리전을 시작으로 프리미어리그 4경기를 치르며 3골을 뽑아냈다. 챔피언스리그로 무대를 옮겨서도 그의 골 감각은 날카롭다. 지난 6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16강 2차전에서 팀의 8강행을 확정 짓는 선제골을 뽑아냈다. 고비로 예상되던 독일 원정에서 터진 첫 득점이라 가치가 더욱 특별했다. 토트넘은 수비적인 운영으로 케인의 선제골을 잘 지켜내며 1대 0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리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매 경기 득점을 터뜨리는 놀라운 활약에도 불구하고 팀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 지난 번리전에서 1대 2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첼시전(0대 2패) 아스널전(1대 1무)까지 연달아 발목을 잡혔다. 이번 사우샘프턴전에서도 상황은 반복됐다. 본인은 득점 선두를 달리는 세르히오 아구에로(18골)와 단 1골 차이로 좁히며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팀은 4위권 바깥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고 케인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토트넘이 5경기를 치르는 동안 터뜨린 팀 전체 득점은 4골. 모두 케인이 만든 골이다. 최근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득점뿐 아니라 경기력도 훌륭했다. 전방으로 볼 배급이 원활히 되지 않자 직접 하프라인 윗선까지 내려가 힘을 보탰다. 측면에서의 연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복귀 후 치른 대부분 경기에서 팀 내 선수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케인의 뒤를 이어 2선에서 공격을 지원하는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는 침묵했다.
중원에서 전진 패스를 넣어주는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윙백들의 저조해진 활약이 진짜 문제다. 풀백들이 상대 수비들을 분산시키며 측면에서 공간을 열어줘야 토트넘의 스리톱도 힘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힘을 쓰지 못하다 보니 케인과 손흥민 같은 공격수 역시 연쇄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또다시 승리를 놓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경기를 끝내겠다는 강한 공격력과 절실함이 부족했다. 45분만 경기한 후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이어 “나 자신과 선수들에게 매우 비판적이다. 승리자가 되고 싶다면, 또 4위권에 오르고 큰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자만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