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오는 11일 광주에서 열리는 재판에 부인 이순자(80)여사와 함께 출석한다. 전씨의 알츠하이머를 주장한 이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 동석을 신청했다.
광주지법은 오는 11일 오후 2시30분 법정동 201호 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재판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폄훼했다.
회고록엔 “5‧18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오월단체와 유가족은 2017년 4월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수사 끝에 전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기소 이후 5월과 7월, 10월, 올 1월까지 수차례 재판 연기 요청과 관할지 다툼, 건강 등의 이유를 들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광주지법은 지난 1월 전씨에 대한 강제 구인장을 발부했다. 이에 전씨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재판에 출석한다는 입장과 함께 부인의 법정 동석을 신청했다. 재판장은 전씨의 연령 등을 고려해 변호인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전달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등에 대해 직권 또는 피고인·법정대리인·검사의 신청에 따라 피고인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씨가 이번에 광주재판에 출석하게 되면 24년 만에 피고인석에 다시 서게 되는 셈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지 39년 만이기도 하다. 전씨는 1996년 내란죄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엔 전씨의 재판 출석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이후 국민적 공분이 커진 데다 지난해 말 ‘알츠하이머’라면서 부부 동반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에도 재판에 불참할 경우 구속영장 발부 등의 강제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재판 당일 오전 8시30분쯤 승용차를 통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떠나 광주로 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호 차량 외에 별도의 경찰차 2대가 동행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예정이다. 법정에는 경비를 위해 경찰 기동대 80명이 배치될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일엔 전씨의 재판 방청권 배부를 위한 응모‧추첨이 진행됐다. 이날 방청권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80명이었다. 법원은 일반인이 법정에 앉을 수 있는 65석보다 많은 인원이 방청을 희망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방청권을 배부했다. 광주 시민들은 감정적인 대응으로 재판 회피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재판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