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5세 남아 뇌출혈 사망사건의 ‘반전’…계모가 구속된 이유

입력 2019-03-09 06:30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제주에서 5세 남자아이가 계모의 학대 끝에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의 뒷 얘기가 전해졌다.

8일밤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한 A군 사건을 재조명했다.

A군은 지난해 12월 6일 계모 B씨의 훈육 도중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제주 시내 종합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하지만 20일간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26일 산소 부족에 의한 뇌손상으로 끝내 숨졌다. 병원 측은 A군이 처음 응급실로 실려왔을 당시 얼굴과 등에서 여러 멍자국이 발견됐고 정수리에도 찢어진 상처가 난 점을 들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응급실로 후송되기 8일 전 B씨의 학대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 부분을 크게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군의 계모 B씨는 “아이가 집 계단을 내려오다 다쳤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B씨가 A군의 누나(10)와 형(8)에게 “아빠에게 나 없을 때 너희끼리 놀다가 다쳤다고 하라”며 거짓진술을 강요한 점 등을 들어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고 경위가 불분명하다며 B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A군의 시신 부검과 추가 조사를 통해 반전이 일어났다. A군의 사망은 응급실로 후송되던 날 가해진 외부충격으로 뇌손상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부검의 진단이 나왔다. 이는 A군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지속적인 아동학대로 사망했다는 걸 뒷받침하는 소견이었다.

부검의에 따르면 A군은 머리 쪽의 상처가 덧나고 아물기를 반복해 8곳이나 모낭 자체가 소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타구니 쪽에도 발생시기가 다른 심한 출혈이 발견됐는데 이는 B씨가 A군에게 다이어트를 시킨다며 다리 찢기 등을 시킨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작진은 어린이집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A군의 응급실 후송 3일 전부터 집중적인 아동학대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3일까지만 해도 A군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던 눈의 멍자국과 화상 흔적 등이 시신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B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하지만 B씨와 A군의 친부는 학대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군의 친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글에서 “천사 같은 내 아들이 하늘나라에 갔다”며 계모의 학대를 주장해왔다. A씨는 “우리 막내가 자기를 희생하고 남은 누나와 형을 지켜주고 싶었나라는 생각도 든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계속 남들도 몰랐을 거고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썼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