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창원성산 딜레마…현지 머물며 직접 선거 지원, 왜?

입력 2019-03-09 00:30 수정 2019-03-09 00:30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원내교섭단체인 제3당임에도 후보자를 내지 못하면 당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어 보궐선거 지역구 두 곳 중 하나인 경남 창원 성산에 후보를 냈지만, 실제 선거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당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일며 지도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20일 창원 청산에 이재환 부대변인을 공천했다. 손 대표는 승산이 없으니 후보를 내지 말자는 몇몇 최고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부대변인을 후보로 임명하고 총력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손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창원 시내의 한 아파트를 임시 거처로 구해 현지에 머물며 선거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리 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6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당 지지율은 낮고 창원 지역 지지도는 더 낮은데다 이 후보는 젊고 경험이 짧다”며 “이곳에서 자칫 잘못하면 당 위상만 깎이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바른미래당이 우리 정치를 바꾸겠다는 정신을 갖고 있는 이상 이번 보궐선거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선거를 통해 당이 단합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강조했다.

손 대표는 8일 국회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창원 성산 지역 여권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이제 선거에서 단순히 이기기 위한 단일화는 없어져야 한다”며 완주 의지를 다졌다.

손 대표가 유독 창원 성산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당 지도부의 불안감이 감지된다. 원내교섭단체인 제3당이지만 당 정체성 갈등은 창당 이후 1년 넘게 지속되고 있고, 지지율은 10% 미만에 머무르며 공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당이 내년 총선 전까지 분열되지 않고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한 의원은 “공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 때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한 가지는 당이 무능해서, 나머지 한 가지는 선거 연합으로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해서”라며 “선거 연합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 당이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당으로서의 존재감 상실을 막고, 총선까지 존속할 수 있는 당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후보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창원 성산에서 당 지지율보다 높은 15%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하면 당의 존재감이 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적합한 후보가 나타난다면 다른 보궐선거 지역구인 통영·고성에도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은 통영·고성 후보 신청 기간을 연장하며 적임자를 물색했지만 후보자를 구하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연장 기간은 지난 1일에 끝났다. 지도부 내부 논의를 거쳐 후보자를 영입하든, 발굴하든, 내지 않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의 고군분투 뒤에는 보궐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지도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잠재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 후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당 정체성 갈등 문제도 다시 극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손 대표가 가만히 앉아계시다 선거 성적이 안 나와도 당내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열심히 뛰었지만 성적이 형편없을 경우에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의 분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