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가운데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 제정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동되면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가동시간 변경과 가동률 조정, 건설 공사장 공사시간 변경·조정, 배출가스 5등급 경유차량 운행제한(영업용 제외) 등을 시행해야 하지만 지난 1∼6일 노후 경유차를 단속한 곳은 전국에서 서울시가 유일하다.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들은 5등급 경유차량 단속을 위한 조례도 만들지 못한 상태다. CCTV시스템 등 단속체계를 갖춘 곳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돼도 공공기관 차량 2부제만 적용하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노후 경유차 단속을 시행해 왔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는 1∼6일 노후 경유차 단속으로 서울시내 교통량이 23∼28%가량 줄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누구보다 먼저 미세먼지를 재난이라고 규정하고 과감한 미세먼지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대중교통 요금 무료 정책을 추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앞서 혼자 추진해온 미세먼지 대책들은 지난달 제정된 ‘미세먼지 특별법’의 핵심 내용을 이루며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환기하기 위해 2017년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000명의 시민들이 참석하는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를 열었다. 박 시장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재난이라는 걸 이 자리에서 선포하겠다”면서 “앞으로 서울지역에 미세먼지 고농도 시 서울시장 특별명령으로 독자적인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혼자라도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시·도가 모두 미세먼지 고농도 조건을 충족해야 발동되는 수도권 비상저감조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결정이었다.
서울형 비상저감조치의 핵심은 공용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었다. 이중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2018년 1월에 세 차례 시행된 후 중단됐다. 당시 박 시장은 “서울시는 지하철 무임승차에 연간 3400억원을 쓰고, 기후변화 대책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다. 내진설계에도 1000억원을 쓰고 있다. 비상 상황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하루 45억원을 쓰는 게 왜 문제냐”고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철회한 뒤에도 박 시장은 2018년 2월 말 다시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 등급제 실시 등이 담겼다.
박 시장은 이어 차량 2부제를 민간까지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 초등학교 휴교령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서울시 혼자만 저감조치를 하는 것은 효과가 적기 때문에 동일한 대기영향권역에 있는 경기도, 인천시, 충청지역까지 포함하는 광역적 저감조치가 추진돼야 한다고 얘기했다.
서울시는 올해 또 다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6월부터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사대문 안에 노후 경유차 통행을 상시 금지시키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대중교통 무료만큼 논란이 클 수도 있지만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서울시 전망이다.
고농도 발생 당일만이 아니라 고농도 발생 시기 전체(예를 들면, 1∼3월)를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저감조치를 시행하는 ‘미세먼지 고농도 시즌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지난 2년간 “미세먼지는 재난”이라며 “비상한 대책”을 촉구해왔던 박 시장은 최근 미세먼지 대란 국면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라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13일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처리하기로 한 상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