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진행된 ‘전두환 재판’의 방청권 추첨현장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당초 경쟁률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추첨 배정 좌석 수 65석이 조금 넘는 총 80명이 응모하는 데 그쳤다.
1.2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방청권 추첨은 이날 오전 광주지법 6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법원 측은 재판의 일반인 참관을 허락했지만 질서유지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인원을 총 103석(우선 배정 38석·추첨 배정 65석)으로 제한했다.
이날 응모에 당첨된 김모(58)씨는 “역사적 재판을 직접 보게 돼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전씨는 법정에 출석해 광주시민들에게 눈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첨을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추첨함을 잘 흔들어달라”며 자신이 당첨되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추첨 현장에는 당시 20대와 30대의 혈기방장한 나이로 그날의 참상을 겪었던 중장년층이 젊은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대학생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이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5·18망언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대학생 박모(22)씨는 “정권찬탈에 눈멀어 선량한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내몬 전씨의 얼굴을 직접 보고 싶다”며 “5·18망언 등에 대한 사법적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지역 5·18단체들은 차분하게 재판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생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이번 기회에 광주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전씨가 살아 있을 때 반성하고 참회함으로써 용서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5·18 학살의 가해자인 전씨가 39년 만에 광주 법정에서 과연 어떤 발언을 할지 무척 궁금하다”며 “사법적 단죄와 함께 진심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 ‘조 신부는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주장했다가 고인이 된 조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부터 재판출석을 거부해온 전씨는 현재 구인장이 발부됐지만 오는 11일 광주지법 재판출석을 앞두고 자택에서 강제구인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인장을 집행하려면 통상 112순찰차 등에 태워 호송을 한다. 하지만 전씨 측이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이순자 여사를 법정에 동석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서울 연희동 전씨의 자택에서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는 대신 광주지법에 도착하면 구인한다는 방침이다. 사법당국은 광주지법에 대기 중인 경찰이 전씨가 도착하면 구인장을 집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씨는 법원이 동석을 허락한 이순자 여사, 변호인과 함께 11일 오전 승용차를 타고 연희동 자택을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경찰은 구인장 집행 때 전씨에게 수갑을 채우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지난해 8월 첫 공판을 앞두고 이순자 여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발병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다고 통보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수차례 재판출석을 거부해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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