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하다 추락사했는데, ‘치사’ 아니라니…” 母의 호소

입력 2019-03-08 14:29
B씨 아파트 인근 CCTV. 사건 발생 전 A씨와 B씨의 모습. 이하 MBC

상사의 성추행을 피하려다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여성의 유족이 청원을 통해 “가해자에게 내려진 1심 형량이 너무 낮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청원자는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29세 꽃다운 딸. 직장 상사의 성추행으로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사망.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글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해 11월 회사의 큰 행사가 마무리된 기념으로 열린 회식에 참석했다. 상사 B씨는 술에 취한 A씨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갔다. 이후 성관계를 목적으로 A씨의 신체 일부분을 강제 추행했다.

청원자는 “딸이 몇 번이나 집에 가려 했지만 B씨가 안아서 방으로 데려갔다”며 “그렇게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는데, 살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그만 베란다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강간치사로 송치했는데 검찰은 준강제추행으로 기소했다”면서 “가해자가 강제추행을 했고, 딸은 이를 피하고자 출구를 찾다가 베란다로 떨어져 사망했다. 그런데도 추행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기소내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B씨 아파트 승강기 안 CCTV

그러면서 “지난달에 1심 판결이 있었고 가해자는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제 딸의 목숨값이 고작 징역 6년이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6년을 선고받은 것도 원통한데 가해자 측은 지금까지 유족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며 “하늘이 무너지고 원통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또 “3월은 딸의 생일이 있는 달이라 더 힘이 드는데 가해자는 살길을 찾겠다고 항소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영정 앞에서 한없이 울던 딸의 남자친구. 내년쯤엔 결혼도 꿈꾸고 있었는데 저는 그 아이를 손만 잡아 본 채 놓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친지, 지인의 자녀들 청첩장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울러 “불쌍한 제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제발 도와달라. 비싼 로펌으로 항소심 양형이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7일 새벽 강원도 춘천에 있는 B씨의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B씨의 성추행을 피하려던 A시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단으로 떨어져 숨졌다.

당시 거센 논란이 일었지만 검찰은 준강제추행 혐의만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올해 1월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강제추행죄의 권고형량 범위인 최고 4년 6개월을 벗어나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첫 재판은 20일에 열린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