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협의” “검토 안해” 개성공단 재가동, 한·미 엇박자

입력 2019-03-08 13:48 수정 2019-03-08 14:04

청와대가 8일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유엔제재의 틀 안에서 검토하고, 미국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유엔제재 등 기존 국제 제재의 틀 안에서 조심스럽게 동맹국인 미국과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비핵화를 했을 때 북한에 어떤 혜택이 갈 것이라는 것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차원에서도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한·미 공조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목표를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공유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조속한 북미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을 신뢰하고 있고 그러므로 우리의 역할이 있다”며 “우리가 미국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이것을 북한 측에 우리가 잘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은 현재로서 개성공단 제재 완화 방침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국무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No)”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며 “이러한 제재를 확대할지를 결정할지는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고 부연했다. 한·미 간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6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낸 방북 신청에 대해 “자산 점검·유지 차원의 작업은 현 제재 틀 내에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뒤 통일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방북 승인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미 간 제재 엇박자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인들이 방북 이후 개성공단 재개를 더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국내에서 공단 재개 여론이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대북 제재 해제에 미온적인 미국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유엔의 제제완화 없이 개성공단을 재가동 하는 데는 난항이 예상된다. 남측의 설비, 유류, 원자재 등이 북한으로 반입돼야 하는데 이는 여러 대북 제재에 복합적으로 걸쳐 있다. 또 북한과의 합작 사업은 물론 북한의 섬유 수출 등도 원칙적으로 봉쇄돼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에 대한 포괄적 제재 면제를 받지 않으면 재가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