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NO 마스크’…미세먼지 마스크 사용법

입력 2019-03-02 05:30
한유총 소속 유치원들이 개원 연기를 발표한 가운데 4일 오전 개원연기에 참여하지 않은 서울 수암초 병설유치원에서 원생들이 등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일 오전 7시 명륜동. 이른 아침 등교하는 고등학생부터 산책 나온 노인까지 거리의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지난주 내내 미세먼지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대기질에 무관심했던 젊은층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마스크는 귀찮다”던 기자의 20대 지인도 태도를 바꿔 “마스크를 사야겠다”고 말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제 미세먼지 마스크는 한국인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미세먼지의 진원 중 하나인 중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한반도 가스실’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예방책이라고는 마스크를 쓰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마스크만 쓰면 미세먼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쓰는 게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대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마스크를 써야 미세먼지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마스크 고를 때는

미세먼지 마스크는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의약외품이다. 입자차단 성능에 따라 마스크에 적힌 문자가 달라진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미세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차단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많이 걸러낼수록 좋다. 따라서 무조건 KF수치가 높은 마스크를 쓰면 되는 걸까.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KF수치가 높은 마스크를 써야 좋다’는 말이 항상 참인 건 아니다. KF수치가 높을수록 숨쉬기가 힘들어져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사상 처음으로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숨쉬기 답답하다면

고려대학교 보건전문대학 이은일 교수는 “미세먼지 마스크는 분명히 미세먼지를 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특정 연령대나 집단의 경우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이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며 “실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아와 임산부, 노인, 호흡기 또는 심장 질환자, 뇌 질환자는 의사와 상담을 거쳐 자신에게 적합한 마스크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홍콩 의학회는 마스크 착용 주의사항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의학적으로 호흡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사람은 N95(KF94) 마스크 착용 여부를 의사와 논의하라고 한다. 마스크 착용 시 불편함을 느낀 사람은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부는 상세한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않은 채 마스크 착용만 강조하고 있다.

▲마스크가 축축해졌다면

이 교수는 “KF수치가 너무 높은 마스크를 쓰게 되면 마스크 내의 공기가 바깥의 찬 공기와 만나 마스크 내부에 물방울이 맺힌다. 이때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며 “특히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작정 KF수치가 높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세균이 번식한 마스크를 재사용해서도 안 된다. 특히 축축한 마스크는 세균이 번식했을 확률이 크다. 일회용 마스크를 여러 번 사용하는 것도 세균 번식 가능성을 높이므로 지양해야 한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거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쓰지 않으면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