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비타민D 부족, 아이 세살 이내 아토피 위험 2.8배 ↑

입력 2019-03-08 10:52 수정 2019-03-08 17:43
사진 게티이미지

임신 중 비타민D가 부족하면 출산 후 아이의 3세 이내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이 2.8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타민D는 충분한 양의 햇볕과 음식을 통해 자연적으로 흡수가 가능하다. 임신부는 체내 적절한 비타민D 농도 유지를 위해 오전 10시~오후 3시 약 5~30분씩, 1주일에 최소 2회 이상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다만, 요즘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은 날엔 외출을 삼가야 한다. 미세먼지가 태아에 악영향을 끼쳐 저체중아나 조산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등어나 멸치, 건표고버섯, 달걀 노른자 등 비타민D가 많이 든 식품을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도 비타민D 보충에 도움된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8일 “임신 중 비타민D가 부족했던 임신부가 출산한 아이의 경우 3세 이내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이 높다”고 발표하고 생애 초기 아토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기간 적정한 비타민D농도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수종 교수를 책임자로 한 ‘소아 호흡기·알레르기질환 장기추적조사 연구(COCOA)’에서 출생자 955명의 제대혈(탯줄혈액) 속 비타민D 농도를 조사한 후 생후 3세가 됐을 때 아토피피부염 경과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출생시 산모의 나이, 체질량지수(BMI), 교육 정도, 임신 기간, 분만 방법, 성별, 알레르기질환의 가족력, 출생 계절 등을 보정한 뒤 분석했다.

그 결과 제대혈 속 비타민D 농도가 중증 결핍 수준인 10ng/㎖ 미만인 경우 생애 처음 3년간 아토피피부염 증상 발생 위험이 2.77배, 진단 위험이 2.89배, 치료 위험은 1.46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혈의 비타민D 농도는 20ng/㎖ 미만이면 ‘결핍’, 10ng/㎖ 미만이면 ‘중증 결핍’에 해당된다.

일반인의 적정한 체내 비타민D 농도 기준은 30ng/㎖ 안팎이다.

또 아토피피부염(10명)과 정상군(10명)의 후성 유전체(DNA염기서열 변화는 없고 DNA와 히스톤단백질의 아세틸화 등 후천적 조절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제어되는 현상) 분석 결과, 산화스트레스 관련 유전자인 ‘MICAL3’의 DNA메틸화 정도가 군(群)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타민D 농도가 정상이고 아토피피부염이 없는 군에 비해 비타민D결핍 아토피피부염 군에서 MICAL3 유전자의 발현이 3.15배 증가했다.

아토피피부염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SCORAD’ 지수와 MICAL3 유전자의 발현은 ‘양(+)의 상관성’을 보여, 제대혈 속 비타민D결핍은 아토피피부염의 예후(경과) 뿐 아니라 중증도와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이는 임신중 비타민D의 보충 혹은 결핍 등 후천적 조절 작용에 의해 산화스트레스(질병의 유발 원인) 유전자 발현이 제어되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아토피 피부염 예방 및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태아는 엄마의 비타민D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출생 후 생애 초기 아토피피부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선 임신 초기부터 비타민D 관리에 관심을 갖고 적정한 비타민D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는 “비타민 D는 햇볕에 직접 노출돼야 피부를 자극해 생성된다. 자외선 차단 등 목적으로 장갑을 끼거나 옷을 껴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꽁꽁 싸맨 채 바깥에 나오면 비타민D 생성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따라서 임신부라면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이 없는 날을 선택해 하루 5~30분간이라도 피부를 많이 노출한 상태에서 햇볕을 쪼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비타민D복합제 같은 건강보조식품의 경우 체내 비타민D 농도가 떨어지면 복용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홍 교수는 “임신부 중에는 비타민D복합제를 과량 복용해 농도를 70~80ng/㎖, 어떨 때는 100ng/㎖ 넘게 올리는 경우도 봤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체내 비타민D 농도는 30~40ng/㎖ 정도를 유지하는 게 권장된다”고 말했다.

국내 출생아의 70% 이상이 태어난 후 비타민D가 결핍돼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