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는 움직임이 연일 포착되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움직임이 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북한이 다시 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움직임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일각에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38노스’는 7일(현지시간) 전날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분석해 동창리 발사장의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시험대 재건 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38노스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예전의 통상적 가동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했다. 미사일을 발사대로 옮기는 궤도식 이동구조물 작업은 완료된 것으로 보이며, 발사대 옆에 세워져있던 크레인들이 치워졌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6일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대와 수직 엔진시험대를 정상가동 상태로 되돌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을 자극해 협상장으로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한 압박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8일 “미국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속 강조했던 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었는데, 이를 슬쩍 건드림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북한은 실제 미사일 발사 실험은 하지 않으면서 발사장 복구만으로도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사일 발사장 복구는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후 미국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사찰단 구성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결국 합의되지 못한 채 지난달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 빈손 회담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강한 경고를 던지는 등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놓고 북·미 간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북한이나 미국 모두 판을 깨려는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전략적 인내에 돌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공개한 적 없다”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금씩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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