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공시가격 제도를 도입한 뒤 14년간 서울 시내 초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공시지가보다 평균 7% 낮게 책정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유세를 강화해 집값을 잡겠다며 도입한 공시가격이 오히려 고가주택을 소유한 부유층의 세 부담만 낮춰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2005~2018년 공시가격 도입으로 인한 고가단독주택의 세금 특혜를 분석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서울 지역 5개 행정동인 이태원동·한남동·성북동·삼성동·논현동 소재로 1채당 평균 공시가격 73억 원인 초고가 단독주택 15곳이고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분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한 이태원 자택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이들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 2007년 이후 공시지가보다 평균 7% 낮게 책정됐다. 땅값만 산정한 공시지가는 3.3㎡당 평균 1350만 원이었지만, 건물(주택)과 토지를 통합 평가한 공시가격 즉 집값은 1240만 원으로 나타났다. 공시지가가 공시가격보다 3.3㎡당 100만 원 높은 것이다.
공시지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지난 2010년이었다. 지난 2010년 초고가 단독주택의 3.3㎡당 공시지가는 1140만 원이었지만 공시가격은 1050만 원으로 공시지가보다 12% 낮게 책정됐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선건설개혁운동본부장은 “정부가 지난 2005년 과세를 정상화하겠다며 공시가격제도를 도입해 땅과 건물을 합산해 공시가격을 책정했다”면서 “그런데 공시가격제 도입 이후 땅값이 100억이면 집값은 120억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70억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에 경실련은 땅값보다 공시가격이 낮게 매겨지면서 고가주택 소유자들은 세금 감면 특혜를 받아왔다고 보고 있다. 조사 대상 단독주택 한 채가 지난 14년간 부담한 보유세는 평균 4억5000만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시가격제도 도입되기 이전 기준에 따라 공시지가와 건물가액을 합쳐 세금을 매기면 고가주택 1채가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오히려 5억7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땅과 주택을 합산해 가격을 책정하는 공시가격제도가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 특혜로 이어졌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이 같은 비상식적인 보유세 정책이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표준지,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찔끔’ 인상하는 시늉만 내지 말고 근본적인 공시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