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가 배부됐다. 답안지에 이름을 쓴다. 필적확인란에 문구를 쓰고 잠시 기다린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문제를 감춘 표지를 빠르게 넘긴다. 밑줄, 밑줄, 체크, 체크. 오후 4시 32분, 고등학교 3학년 첫 모의고사가 끝났다.
7일(오늘)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됐다. 학생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했다. 본격적인 수험생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3월 학력평가는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아닌 서울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며 수능에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졸업생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 실제 수능과 시험 범위 역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성적 그 자체에 엄청난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3월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왔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3월 모의고사는 졸업생, 이른바 ‘N수생’이 시험을 치지 않는다. 수능 상위권은 졸업생들이 차지하기 때문에 등급 컷이 3월보다 올라갈 수밖에 없다.
3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은 사람도 기출문제 풀이와 심화 문제 학습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가원 주관 시험에서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학생은 자만하지 말고 N수생의 진입, 문제 유형 변화, 문제 난도 상승에 계속 대비해야 한다. ‘수능은 무조건 어렵게 나온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시험 점수가 생각보다 낮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김 소장은 “3월 학력평가를 수능과 직결시켜 성적 자체에 큰 무게를 두기보다는, 지난 2년간의 학습 노력을 진단하고 점검할 기회이자 취약한 부분을 파악해 앞으로의 학습 방향을 설정하는 처방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수능레이스는 장기전이다. 지난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부족한 점은 고쳐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모의고사 문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점수가 낮은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공부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선생님과 상담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공부법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조언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각자 공부하는 방법이 다르므로 조언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 소장은 “3월 학력평가야말로 최신 수능 트렌드를 담고 있는 시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출제의 주체는 다르지만 고3 첫 모의고사라는 점에서, 3월 학력평가는 전년도 수능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3월 학력평가를 치른 후에는 틀린 문제뿐 아니라 맞힌 문제까지 모두 꼼꼼하게 점검해야 하며, 특히 문제풀이 과정을 제대로 복기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19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란의 문구.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는 많은 수험생을 감동하게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수험생을 본 일이 없다. 전문가들은 첫 단추에 너무 만족할 것도, 지나치게 상심할 필요도 없다고 조언한다.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지 말고 꾸준히 공부해나가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