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에 내몰린 청년… 학자금 대출 이자도 빚이 됐다

입력 2019-03-07 15:25
게티이미지뱅크


#1. J양은 총 6번에 걸쳐 두 가지 형태의 대출을 번갈아 받았다. 취업후상환 대출과 일반상환 대출이었다. 취업후상환 대출을 받고 싶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결국 일반상환 대출을 받아야 했다. 졸업 후 취직을 했지만 월급 180만 원으로 소득이 높지 않아 취업후상환은 이자 납부를 유예하고 일반대출만 15만 원씩 상환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 부채가 쌓여 매달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J양은 하루라도 빨리 상환비용을 줄이고 싶지만 원금을 갚으면 이번 달 이자가 연체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2. K군은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등록금과 신학기 책값, 기숙사비가 부족해 1800만 원 이상의 학자금과 생활비를 대출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취업 준비를 해야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일반상환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정수익은 월 30만 원인데 그 중 20만 원은 학자금을 상환하는 데 썼다.
“이자가 연체돼 독촉 전화가 올 때는 살기가 싫었어요.”

청년들이 취업도 하기 전에 부채를 떠안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학자금 대출 이자라는 주장이 나왔다.

청년참여연대는 7일 발행한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이슈리포트에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청년 56명의 사례를 담았다. 이들은 이자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설문에 참여한 청년들은 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의 자격요건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2016년 정부가 일반상환 대출의 소득분위 기준을 없애면서 해당 대출 총액은 2016년 7145억 원에서 2018년 9698억 원으로 많이 증가한 반면 취업후상환 대출은 같은 기간 1조 1983억 원에서 8379억 원으로 줄었다.

현재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은 재학 중에도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일반상환 대출보다 취직한 뒤부터 이자를 납부하는 취업후상환 대출을 선호한다. 그러나 J씨의 사례처럼 취업후상환 대출의 자격요건 때문에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었다는 게 응답자들의 주장이다. 결국 지난해 취업후상환 대출 소득분위 자격요건인 소득분위·연령·성적 등을 충족하지 못해 일반상환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5만여 명에 달했다.

또 K씨처럼 상대적으로 고액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대학원생은 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대학원생의 1인당 평균 등록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2017년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의 경우 사립은 1051만 원, 국립은 544만 원이었다.

<자료 : 청년참여연대>

때문에 사립대학원생의 경우 1인당 평균 489만 원을 대출받고 있었고 6명 중 한 명꼴로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었다. 이로 인해 대학원생의 학자금 부채 규모도 증가했다. 1인당 학자금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대학생이 684만 원인데 비해 대학원생의 경우 1119만 원으로 높았다. 여기에 일반상환 대출만 받을 수 있었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8.9%(청년 실업자 37만8000명)로 치솟은 상황에서 학자비 대출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자금 대출 이자가 쌓여 빚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참여연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청년들의 평균 취업준비 기간은 12개월이었다.

특히 취업후상환 대출의 경우 상환 시작 전까지 이자 납부는 유예해 주지만 무이자 지원은 아니다. 따라서 취업 준비가 길어질수록 쌓인 이자는 그대로 빚이 되고 있다. 가령 8학기 동안 300만 원씩 2400만 원을 대출을 받은 청년의 경우 1년의 구직기간만 거쳐도 200만 원 이상의 이자가 쌓인다.

실제 졸업 후에도 3년 이상 상환을 시작하지 못한 장기 미상환자는 지난해 2만5070여 명에 달했다.

청년참여연대는 해결방안으로 대학원생의 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 허용, 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의 자격요건 폐지, 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캐나다, 칠레, 일본, 노르웨이, 폴란드 등은 졸업 전까지 금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참여연대는 “자격요건 제한이 없는 외국의 취업후상환 대출 제도를 참고해 소득분위, 연령, 성적기준을 폐지하고 교육이 필요한 누구나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