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7일(현지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조 추첨식을 보고 있던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팬들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상대가 프랑스 파리 셍제르맹(PSG)으로 결정되면서였다. 킬리안 음바페, 에딘손 카바니 등 스타플레이어에 토마스 투헬 감독의 지도력까지 PSG의 전력은 막강했다. 팀 분위기가 최악이었던 맨유는 절대 PSG를 이기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맨유 팬들은 16강 탈락을 예상했다.
이튿날 조제 무리뉴 감독이 경질되면서 맨유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팀 레전드인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감독 대행으로 임명됐다. 처음에는 비판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솔샤르는 이내 능력을 증명했다. 솔샤르는 부임 첫 경기인 카디프시티전에서 5대 1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후 솔샤르의 맨유는 약 80일 동안 13승 2무 1패(PSG 2차전 경기 포함)를 기록했다. 맨유 팬들마저 고개를 가로젓던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도 이뤄냈다. 솔샤르가 팀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솔샤르의 지도에 선수들도 달라졌다. 감독과 선수 간 불화를 다룬 보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선수들의 성적도 좋아졌다. 폴 포그바는 솔샤르 부임 직후 14경기에 출전해서 9골 7도움을 기록했다. 태업 논란이 있었던 무리뉴 감독 시절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벨기에 간판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도 변했다. 시즌 초중반까지 루카쿠는 ‘활동량도 적고 골도 못 넣는 공격수’라는 혹독한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솔샤르 부임 이후 컨디션을 조금씩 찾더니 최근 3경기에서 6골을 몰아넣었다.
맨유 팬들은 “퍼거슨의 맨유가 보인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팬들이 팀 경기력 상승을 고무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맨유는 포기하지 않는 팀으로 변했다. 일부 맨유 팬들은 무리뉴 시절 “절실함이 없다. 열심히 뛸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선수들을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무리뉴 감독이 지도했던 24경기에서 맨유가 4골을 넣은 경기는 한 번밖에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토트넘 홋스퍼 등 라이벌 팀 경기에선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브라이턴, 웨스트햄 등 중하위권 팀들에 발목 잡히는 경기도 많았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역전하는 경기가 많았던 옛날과 너무 다른 시즌 초반 맨유였다.
하지만 솔샤르 감독 부임 이후 맨유는 무기력하지 않은 팀으로 변했다. 특히 번리전과 사우샘프턴전이 달라진 팀 스피릿을 보여줬다. 번리전에선 81분 동안 0-2로 지고 있던 경기를 13분 만에 2대 2로 만들고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우샘프턴전에선 후반 43분 터진 루카쿠의 역전 골로 3대 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린스 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도 맨유는 포기하지 않는 ‘원팀(One team)’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원정길에 오른 맨유는 불타는 투쟁심을 보여주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객관적인 전력은 분명히 열세였다. 카바니와 네이마르가 빠진 PSG가 포그바가 출전한 맨유를 1차전에서 2대 0으로 이겼다. 심지어 포그바는 1차전 퇴장으로 2차전에 출전할 수 없었고, 후안 마타와 네마냐 마티치 등 주전 선수들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벤치 멤버를 유망주로 채웠을 정도로 선수진이 열악했다.
하지만 맨유는 기적을 이뤄냈다. 선수들은 집중력을 발휘해 수비했다. 루카쿠는 찾아온 기회를 멀티 골로 연결했다. VAR 판독 끝에 얻어낸 페널티킥을 마커스 래시포드가 침착하게 처리했다. 맨유는 3대 1로 승리를 거두었고 원정 다득점 우선 규칙에 따라 8강에 진출했다. 반면 PSG는 7대 3이라는 높은 점유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솔샤르 감독이 강조했던 “공을 뺏겨도 좋다. 하지만 다시 찾아와라”는 주문을 그대로 흡수한 선수들. 솔샤르의 지도로 맨유 선수들은 위닝 멘털리티를 다시 쌓고 있다. 과연 이번 시즌 맨유가 4위 안에 안착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높은 곳을 갈 수 있을까. 맨유 팬들은 더 강한 ‘원팀(One Team)’ 맨유를 기대하고 있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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