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음바페는 이미 스타다. 환상적인 선수로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다. 살면서 그를 한 번 봤지만 마커스 래시포드는 매일 본다. 둘 다 10년간 축구계에서 가장 큰 인상을 줄 선수들이 될 것이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령탑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래시포드를 상대 핵심 선수이자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였던 음바페와 비교했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긴장돼 있을 법한 제자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솔샤르 감독의 이 발언은 많은 축구 팬들의 비아냥과 조소를 불러일으켰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1차전에서 음바페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0대 2 완패를 당했다.
공은 둥글다고 했던가.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이 축구다. 맨유는 이변의 승리자가 됐다. 지난 1차전에서 당했던 2점 차 패배의 열세를 뒤집었다.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서 펼쳐진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3대 1로 생제르맹을 꺾었다. 합계점수 3대 3을 기록했으나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래시포드는 멀티 골을 기록한 로멜루 루카쿠와 함께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폴 포그바와 후안 마타 등 후방을 커버해 줄 주축 미드필더들 부재 속에 측면과 전방을 오가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상대 수비라인을 놓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기도 했지만 수시로 뒷공간을 깨뜨리려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래시포드의 속도 덕에 맨유의 역습이 매서울 수 있었다. 후반 맨유가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볼 점유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중원에 가세했던 것 역시 래시포드였다.
승리의 향방을 바꿔놓았던 장면은 후반 추가 시간에 터졌다. 후반 추가 시간에 디오고 달롯의 슈팅이 프레스넬 킴펨베의 손에 맞았다.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후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의 전담 키커는 없었다. 앙토니 마르시알을 비롯해 포그바와 마타가 모두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앞서 두 골을 기록한 루카쿠는 페널티킥에 자신감이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결국 래시포드가 키커로 나섰고, 침착하게 중앙으로 꽂아 넣으며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프로통산 첫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솔샤르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는 순간이었다.
래시포드는 경기가 끝난 후 “우리의 승리를 예상했던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보다시피 살아남았고, 우리의 능력을 입증했다. 앞으로도 자신 있게 계속 몰아붙이겠다”며 벅찬 감동을 드러냈다.
솔샤르 감독은 “그는 겨우 21살이다. 페널티킥을 차는 순간 심리적 부담감이 상당했을 텐데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두려움을 모르는 강심장이다”며 래시포드의 자신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솔샤르 감독에게 래시포드와 함께 최고의 재능으로 비견됐던 음바페는 부진한 활약 속에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부상으로 선발에서 빠진 네이마르와 에딘손 카바니를 대신해 공격을 지휘했으나 잦은 볼 터치 실수를 보이며 문전에서 결정짓지 못했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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