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16일은 세계녹내장협회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가 정한 ‘세계 녹내장 주간’이다.
인터넷 등에선 녹내장에 대한 여러 정보들이 넘쳐난다.
전문가들은 실명을 초래하는 질환인 만큼 막연히 두려워하기 보다는 올바른 정보인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도 적지 않다.
먼저 안압이 정상이면 녹내장에 걸리지 않을까. 녹내장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높은 안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안압이 정상이라면 녹내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녹내장은 높은 안압으로 인해 시신경이 약해지며 발생하는 질환임은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녹내장은 ‘정상안압녹내장’으로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임에도 불구하고 발병하는 형태다.
높은 안압의 기준은 개인의 시신경 상태에 따라 변한다. 똑같은 안압이라도 시신경이 약한 사람에게 높은 수치일 수 있고, 시신경이 튼튼한 사람에게 정상 수치일 수 있다.
실제 사람마다 시신경이 느끼는 안압은 수치화돼 있는 범위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꼭 안압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녹내장이 발병한다는 것은 오해다. 또 눈이 얇거나 물렁한 사람은 안압이 낮게 측정될 수 있어 실제 안압이 높지만 정상인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젊은 사람은 녹내장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하는 것이다. 노화는 녹내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노화가 시작되는 40세 이후 녹내장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층이 녹내장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젊은층에게 생기는 녹내장의 주요 원인은 고도 근시와 가족력이다. 근시 환자의 눈은 근시가 없는 사람의 눈에 비해 앞뒤 길이가 길어져 있기 때문에 두께가 얇아져 있고 시신경이 약해 같은 안압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2011년 미국 안과학회지에 실린 ‘개방각 녹내장의 위험요소로서의 근시’라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시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녹내장 발병 위험이 약 2배 높았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유영철 교수는 7일 “젊은층에서 녹내장이 발병하는 원인은 노화보다는 근시이기 때문에, 근시가 비교적 심한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정밀 검진을 받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녹내장은 전세계적으로 3대 실명질환 중 하나로 꼽히지만, 무조건 시력을 잃진 않는다. 발병 후에도 꾸준히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시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녹내장의 발견 시기, 종류, 치료 여부 등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
문제는 치료받아도 한번 나빠진 시신경을 처음과 같은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고, 지속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것에 실망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야 결손이 진행되기 때문에 결국 녹내장이 더욱 악화돼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녹내장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실명하지 않도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녹내장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간혹 오해할 수 있는 내용들도 있다”면서 “위험한 질환이니만큼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안과병원(12일)을 비롯한 일선 의료기관에선 10~16일 녹내장 바로알기 건강강좌가 개최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