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리베이트 사건’ 재판 청탁에 복수의 국민의당 의원 연루 정황

입력 2019-03-07 10:35 수정 2019-03-07 17:19
이른바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6.07.12.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016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 재판 당시 복수의 옛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으로부터 재판 관련 정보 누설 청탁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당초 청탁한 당 소속 의원은 1명으로 알려졌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뿐 아니라 옛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도 ‘재판 거래’에 광범위하게 연루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확보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박선숙·김수민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던 2016년 10월 초 같은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등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 전 실장은 2016년 10~11월 서부지법 소속 판사를 시켜 “피고인 측 변명이 완전히 터무니없어 보이진 않는다” “유죄로 인정된다면 의원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 등을 파악했다. 이 전 실장은 파악한 내용을 재판 정보 청탁을 한 국민의당 의원 모두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선전했지만 그 직후 터진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국민의당은 당시 검찰을 상대로 “무리한 수사”라고 강력 반발했다. 소속 의원들이 이 사건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 전 실장과 친분이 있었던 국민의당 의원들이 1심 유무죄 심증 등 재판 정보를 청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의원들이 누군지에 대해 수사 중이다. 다만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어떤 청탁도 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실장은 청탁을 해온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검찰에 진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향후 이 의원들을 ‘뒷배’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도 2016년 8월 노철래·이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 재판을 선처해달라고 청탁한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아직 검찰에 진술하지 않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 전 실장, 임 전 차장이 검찰에 입을 여는 순간 청탁한 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의리’를 지키는 것을 통해 법관 탄핵 논의 과정 또는 재판 과정에서 도움을 받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