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째 맑아질 줄 모르는 하늘이 서운하다.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연일 재난 문자만 돌려대는 정부는 더 야속하다. 생계와 학업으로 매일 분주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 ‘외출 자제’는 이제 기억도 희미해진 파란 하늘의 봄날 풍경만큼 비현실적이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는지 체감도 되지 않는 마스크를 끼고 매일 아침 집 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외출을 자제하라는 게 말이냐, X이냐.” 2만5000명 넘는 트위터 이용자가 이 글을 리트윗했다. 트위터 특유의 강한 어조로 쓰였지만, 리트윗으로 나타난 공감 수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휴교령을 내리든, 재택근무를 권고하든, 가정에 공기청정기를 지원하든, 하다못해 질 좋은 마스크라도 보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분노했다. 재난적 미세먼지 속에서 행동강령만 남발하는 정부의 현실감 떨어지는 ‘생색’에 대한 반론이다.
경기도 성남에 일터를 둔 김종혁(50)씨는 미세먼지 속에서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효과적인 줄 알지만 그럴 수 없다. 그는 “국민이 천수답을 기다리는 21세기 농부”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어떻게 외출을 자제할 수 있겠는가.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형 공기정화 시설 설치하든, 마스크를 일괄적으로 보급하든 체감할 만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일하는 박동률(31)씨는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엔지니어다. 그에게 ‘외출 자제’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는 “회사원의 입장에서 외출 자제는 터무니없다. 외근직은 돈을 벌지 말라는 이야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공업의 도시’ 울산에서 작업장의 상당수는 실외다. 울산 출신인 이수현(24)씨는 “중공업이 특화된 지역의 특성상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다.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 그만큼 미세먼지도 많이 마시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미세먼지는 매일 등하교하는 학생들에게 예외를 두지 않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지난 2일부터 닷새간 ‘휴교령을 내려 달라’는 글만 100여건이 올라왔다. “미세먼지 때문에 피 섞인 가래가 나올 만큼 기관지가 안 좋아진 아이를 계속 학교에 보낼 수 없다” “제발 자율휴교령이라도 내려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인천 송도지역 맘카페 회원은 “재해 수준인 미세먼지에 아이가 숨을 쉴 때 가슴이 아픈 느낌이 든다고 한다. 속이 문드러진다”며 휴교령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가재난사태 포함’ 미세먼지 관련법 본회의 처리 등 3개 항목에 합의했다.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트위터에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으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