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훈 향한 공분… 증거와 진술 엇갈리자 방용훈 믿은 경찰

입력 2019-03-06 17:23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고(故) 이미란씨 죽음의 진실이 수면으로 올라온 가운데, 방 사장에 대한 수사를 다시 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방사장이 처형 집에 침입했을 당시 경찰이 ‘봐주기 수사’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6일 오후 5시 기준 방 사장과 관련한 청원이 총 59개 올라왔다. ‘방용훈 사장과 담당경찰 검찰직원을 엄벌하라’ ‘방용훈 코리아나 사장 부인 고 이미란씨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세요’ ‘조선일보 방용훈 일가 재조사 촉구’ 등이다. 이들은 앞서 5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을 본 후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

방 사장의 부인 이씨는 2016년 9월 가양대교에서 투신자살로 추정되는 변사체로 발견됐다. 그는 극단적 선택 직전 자신의 오빠에게 “너무 죄송해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겁은 나는데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시신 인근에서 유서 7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부부 싸움 중 남편한테 얻어 맞고 온갖 험악한 욕을 듣고 무서웠다”며 “4개월간 지하실에서 투명 인간처럼 살아도 버텼지만 강제로 내쫓긴 날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적혀있었다.

사건은 이씨가 사망하기 직전인 2016년 8월 발생했다. 그는 자신이 사설 구급차에 강제로 실려 집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쫓아낸 사람은 방 사장과 자녀들이라고 했다. 자녀들은 사설 구급업체를 동원해 이씨를 강제로 친정집으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강하게 저항하며 상황을 녹취했으나 자녀들은 휴대전화를 빼앗아 변기에 빠트렸다.

자녀들은 재판에서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가 혼자 지하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외할머니가 거주하는 친정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들은 특히 수사기관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방 사장에 대한 수사를 다시하라고 지적하면서 사건을 허술하게 마무리한 경찰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이 방 사장 사건을 ‘봐주기 수사’했다는 정황도 있다. 2016년 11월 방 사장은 사망한 아내의 언니 집에 무단침입하려 위협을 가했다. 처형이 부인 죽음에 대한 루머를 퍼뜨렸다고 의심해 자신의 아들과 함께 항의하러간 것이다. 이들 부자는 돌,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 등을 동원해 문을 내리쳤다.


방 사장의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돌을 주워 집안으로 올라가 현관문을 몇 차례 두드렸고, 아버지가 자신을 말려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방 사장 역시 비슷한 진술을 했다. 하지만 실제 CCTV 영상에서는 오히려 아들이 현관 앞 물건을 걷어차고 도끼를 든 방 사장을 말리는 모습이 담겨있다.

경찰 역시 이 같은 CCTV를 확인했으나 방 사장을 ‘혐의 없음’으로 풀어준 뒤 사건을 종결시켰다. 증거보다는 방 사장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마무리한 정황으로 보인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왜 이렇게 작성이 됐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아들이 흥분한 부친을 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 사장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끝난 얘기인데 왜 자꾸 들먹이냐”며 “내가 누구를 말리고, 아들이 누구를 말리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