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전 세계 최악의 대기 오염 도시로 올라섰다. 같은 시간, 중국 베이징은 최근 들어 가장 쾌청한 대기 상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 대기 오염 정도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이 6일 오후 1시 현재 공개한 ‘세계 주요 도시 공기질(AQI‧Air Quality Index) 랭킹’에 따르면 서울이 AQI지수 214로 세계 최악의 대기 오염 도시 1위에 올랐다. 인천은 AQI지수 208로 2위다. 에어비주얼이 ‘좋음’부터 ‘위험’까지 6단계로 나눈 대기 오염 단계에서 서울과 인천은 5단계인 ‘매우나쁨’을 가리키고 있다. 5단계에서는 마스크 대신 방독면을 쓴 사람 이미지가 등장한다.
같은 시간, 중국 베이징 시민들은 평소 보기 힘든 푸른 하늘을 맞이했다. ‘매우나쁨’ ‘위험’ 등의 대기 오염이 일상이 된 베이징은 오후 1시 현재 AQI지수 20으로 ‘좋음’ 단계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세계 대기 오염 도시 상위권에 단골로 오르던 베이징은 69위까지 밀려났다. 최근 들어 가장 좋은 대기 상태다. 5일 오전까지만 해도 초미세먼지(PM 2.5) 농도 206㎍/㎥로 ‘매우나쁨’ 수준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베이징의 대기 오염 정도가 개선된 것에는 중국 정부의 ‘연출’과 ‘대기 확산’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3일부터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가 열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처럼 국제적인 시선이 모이는 행사가 열릴 때 ‘푸른 하늘’을 연출하곤 한다. 지난해 3월에도 양회 개막에 맞춰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 정부가 성내 기업들의 공장 가동 중단을 지시하고, 고강도 교통통제를 실시하며 마법같이 청명한 하늘을 연출했다. 이른바 ‘양회 블루’다.
그러나 올해 양회가 개막한 3일 베이징에 ‘양회 블루’는 연출되지 않았다. 오렌지색 경보를 발령할 정도로 오염 정도가 심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 등 경제 위기의 여파로 돌아가는 공장을 멈춰 세울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뒤늦게 베이징 인근 공장들의 가동을 중단했다. 여기에 한동안 정체돼있던 공기의 흐름까지 좋아지며 중국 대륙을 덮고 있던 오염물질이 확산됐다.
베이징의 원활한 대기 확산은 우리나라에 직격탄을 날렸다. 서풍을 타고 날아온 고농도의 스모그가 한반도를 덮친 것이다. 대기 오염 상황을 보여주는 에어비주얼의 ‘에어비주얼 얼쓰’를 보면 베이징은 대기 상태가 좋음을 의미하는 푸른색을 띠는 반면에 한반도는 짙은 붉은색을 띠고 있다. 짙은 붉은색을 띨수록 대기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대기 오염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대기 정체’와 ‘국외 미세먼지 유입’을 꼽았다. 이날 수도권에는 6일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부산과 울산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가 저감조치 대상 지역이다. 다만 7일에는 찬바람이 불며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환경부는 “7일 수도권·대전·세종·충북·광주·전북·대구·경남에서 ‘나쁨’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매우나쁨’에서 ‘나쁨’으로 한 단계 내려가는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 6일 만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과 한중이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공동으로 만들어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