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아약스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무너뜨렸다.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최대 이변이다. ‘명가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아약스는 우리에게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석현준의 전 소속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70년대와 1990년대 초반 세계 무대를 호령했던 팀이었다. 1970년대는 아약스의 전성시대였다. 1970년대에는 10년 동안 5번이나 네덜란드 1부 리그 에레디비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971년부터 1973년까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아약스의 유일한 영구결번 선수인 요한 크루이프가 팀을 이끌었던 시기다. 그 시기 네덜란드는 월드컵 준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하며 ‘토털 사커’를 세계에 알렸다.
1980년대 중반, 요한 크루이프가 감독으로 복귀하면서 아약스는 국내와 세계무대에서 예전의 위용을 찾기 시작했다. 요한 크루이프가 리빌딩을 완수하고 떠나자 루이스 판 할 당시 수석코치가 감독으로 부임했다. 판 할 감독은 1991-92시즌 곧바로 팀을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 정상에 올려놨다. 골잡이 데니스 베르캄프는 아약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전화위복이라 했다. 1993년 데니스 베르캄프가 팀을 떠났지만 아약스는 오히려 강해졌다. 판 할 감독은 1995년 반 데 사르, 클라렌스 쉐드로프, 프랑크 레이카르트, 클라위베르트를 필두로 22년 만에 아약스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이듬해 아약스는 또 한 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유벤투스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2년 연속 결승에 오른 강팀이 됐다.
하지만 아약스 팬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이 이적하고, 판 할 감독이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아약스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에레디비시에서 두 번밖에 우승을 못 했다. 팀의 위상은 계속 추락했다.
2010년 아약스의 전설인 프랭크 데 부어가 감독으로 취임했다. 이때부터 아약스는 조금씩 힘을 찾기 시작했다. 에레디비시에서 4년 연속 우승했다. 2017년 5월 드디어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대 2로 패했다. 경기는 졌지만 당시 평균 연령이 21세였던 신예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뛰었던 마티아스 데 리흐, 하킴 지예흐, 조엘 벨트만 같은 신예들이 5일(현지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일을 냈다. 데 리흐와 벨트만은 아약스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지예흐는 선제골을 기록해 대승의 포문을 열었다. 두산 타디치와 프랭키 데 용 등 뛰어난 선수들이 합세한 아약스가 홈 패배를 딛고 8강에 진출했다. 아약스는 레알 마드리드와 최종 전적에서 1승1패로 균형을 맞췄지만, 스코어에서 5대 3으로 앞섰다.
튼튼한 수비와 강력한 공격력으로 조별리그를 무패로 통과하는 이변을 일으켰던 아약스.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크루이프와 반 데 사르가 이끌었던 아약스의 중흥기를 젊은 신예들이 다시 한번 이끌 수 있을까. 돌아온 명가의 다음 상대는 오는 15일 스위스 니옹 UEFA 본부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8강 대진 추첨식에서 결정된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