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등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다만 접견·통신 대상이 제한되고 자택에만 머물러야 하는 ‘조건부 석방’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허가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구속기간이 다음달 9일 자정을 기준으로 만료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까지 심리를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만기 날 판결을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새 재판부에게는 고작 43일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종전 재판부에서 신문을 마치지 못한 증인 숫자를 감안할 때 항소심 구속만기 기한인 다음달 8일까지 충실한 항소심 심리를 끝내고 판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과 달리 측근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출석하지 않아 증인신문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10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