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규약 제174조 ‘제84조에 대한 특례’를 보자.
“직전 정규시즌까지 다른 구단에 소속했던 FA와 선수 계약을 체결한 구단은 제84조에도 불구하고, 선수 계약 체결 후 1년 동안 해당 FA와의 선수 계약을 다른 구단에 양도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올해 FA 시장에서 이적한 NC 다이노스 양의지(32)와 LG 트윈스 김민성(31)은 성적과 관계없이 무조건 1년 동안 NC와 LG에서 뛰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잔류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양도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근거는 야구 규약 84조다. “구단은 소속선수(육성선수)와의 계약을 참가활동기간 중 또는 보류 기간 중에 당해 선수와의 협의를 거쳐 다른 구단에 양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잔류 FA 선수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트레이드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편법인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원소속구단은 FA를 트레이드할 수 있지만, 이적 구단은 1년 동안 트레이드 금지라는 이중 잣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은 제172조가 규정한 ‘FA획득에 따른 보상’ 규정을 완전히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제172조에는 이적 구단은 원소속구단에 직전 연봉의 200%와 20명의 보호선수 외 1명(보상선수)을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물론 직전 연봉의 300%를 받아도 된다.
김민성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보상선수도 없고, 보상금도 없다. 현금 트레이드만 존재하는 것이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계약이 늦어진 선수에겐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명백히 말해 야구 규약의 허점을 악용한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야구 규약의 문제는 또 있다. FA계약을 맺고 이적한 경우를 보자. 보상선수가 이적을 거부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제172조 3항을 보면 “보상선수가 선수계약의 양도를 거부하는 경우 원소속구단의 임의탈퇴선수가 되고, 3시즌 동안 프로야구 활동을 금지시킨다”고 되어 있다. 보상선수는 이적 거부권이 전혀 없는 것이다. 직장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셈이다. FA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KBO와 구단이다. 전면적인 개혁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