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훈 장모 “내 딸, 손주들이 고문” 편지에도…검찰서 뒤바뀐 혐의

입력 2019-03-06 10:33
이미란씨 어머니가 찍은 이씨의 사진. MBC 'PD수첩'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자녀들을 외가에서 고소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5일 한 방송을 통해 방 사장의 부인 고(故) 이미란씨 죽음이 다뤄지면서다. 당시 이씨 모친은 손주들이 자신의 딸을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어머니 임모씨와 언니 이모씨는 2017년 2월 방 사장의 딸과 아들을 특수존속상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의 지시로 수사에 들어간 서울 수서경찰서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특수존속상해 대신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상해를 입히려 한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씨 측은 고소장에 방 사장과 손주들이 딸 이씨를 학대해왔다고 적었다. 손녀가 2015년 11월 말다툼 도중 이씨의 복부를 과도로 3회 찔렀고, 손자도 가세해 2016년 5월부터 약 3개월간 이씨를 감금·고문했다고 했다. 이씨가 2016년 9월 한강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손주들이 교사했다는 게 임씨 측 주장이었다.

임씨는 이씨가 숨진 뒤 A4용지 11장 분량의 편지를 방 사장에게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편지에는 “악한 누명을 쓰고 자식들에 의해 집 지하실에서 고문당하다가 사설 구급차로 내 집에 내동댕이쳐진 뒤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내몰린 딸을 둔 어미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네”라는 취지의 내용의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유서에 그간의 고통을 썼다. 딸과 아들이 “아빠가 시켰다”면서 자신을 사설 구급차에 태워 내쫓았다는 대목도 있었다. 이를 종합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자살교사·공동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지만, 학대를 가한 의혹(공동존속상해)은 일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검찰은 공동존속상해 혐의마저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씨를 사설 구급차에 강제로 태운 자녀들의 행동이 폭력·협박 등을 동원해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끔 한 강요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올해 1월 10일 1심에서 유죄로 판결 났다. 재판부는 이씨의 딸과 아들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MBC ‘PD수첩’ 제작진은 5일 방 사장 아들을 찾아가 사설 구급차를 부르게 된 경위를 물었다. 방 사장 아들은 “더 말씀드릴 것도 없고 변명하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며 “요즘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 지금 북·미 정상회담 봐야 할 것 아니냐. 그런 상황에 무슨 엄마, 사설 구급차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