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위한다고 굳이 저희가 적립에 가맹점 할인 혜택까지 있는 카드를 버리고 제로페이를 사용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요?”
직장맘 강지영(42)씨는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동네 빵집에서 빵을 구매한 뒤 금융권 신용카드를 꺼내 결제했다. 평소 단골인 빵집 사장이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결제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하자 내놓은 답이다.
강씨의 대답은 ‘제로페이’가 탁상행정, 전시행정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했다.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소비자인데 이들을 위한 혜택은 만들지도 않고 사용하라고 강요만 하니 사용률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추진한 제로페이의 은행 결제금액이 월 2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제로페이 은행 결제실적은 8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국내 개인카드인 신용·체크·선불카드 결제 건수 15억6000만건과 결제금액 58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0.0006%, 0.0003%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20일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는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간편 결제 사업자 애플리케이션으로 가맹점 QR코드만 찍으면 된다. 기존 신용카드사가 매기던 카드사 수수료나 부가통신사업자(VAN사) 수수료 등이 사라진 만큼 소상공인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사용률을 늘리겠다며 대대적 홍보에도 나섰다. 방송 광고는 물론 동네 반장과 통장까지 동원해 매장에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설득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 덕에 서비스 한 달여 만에 1월 31일 기준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은 4만6628개나 됐다. 문제는 사용 실적이었다. 1월 한 달간 가맹점당 은행을 통해 거래한 실적은 0.19건, 4278원에 그쳤다. 서비스를 개시한 뒤 한 달 실적이 나온 건 1월이 처음이다.
정부도 제로페이 실적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자 대책에 나섰다. 카드 소득공제는 없애는 대신 제로페이에는 소득공제율을 무려 40%까지 줘서 사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제로페이하면 소비자는 무슨 이득이 있는 거냐”며 “소상공인 돕자고 굳이 쓰던 결제수단을 바꿀 사람은 없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며 정부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신용카드는 후불인데다 사용 실적에 따라 포인트와 할인 혜택을 주지만 제로페이는 아무런 혜택도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행정당국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설명자료는 2월부터 제로페이 결제금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실적만 앞세웠다. 2월 하루 평균 결제금액은 1893만원으로 전월 대비 108%(912만원) 증가했다.
2월 한달 간 결제금액도 5억3000만원으로 2억8272만원이었던 1월보다 87.5% 늘었다. 결제 사업자로 보면 은행은 1만7107건, 3억4236만원이었고 네이버 등 간편결제사업자는 1만1040건, 1억8764만원이었다.
물론 시행초기인 만큼 제도를 보완하면 제로페이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 결제에 참여한 은행 중 결제 건수는 우리은행이 3138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결제금액은 케이뱅크가 8798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케이뱅크는 올해 1월 내놓은 결제시스템 ‘케뱅페이'를 제로페이와 연계해 결제금액 증가로 연결했다. 케뱅페이는 온·오프라인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오프라인 가맹점은 모두 제로페이 가맹점이다. 여기에 케이뱅크는 케뱅페이와 함께 ‘쇼핑머니대출'도 내놨다. 쇼핑머니대출로 빌린 돈은 케뱅페이로 결제할 때만 사용할 수 있고 50만원은 올해 연말까지 무이자로 제공한다. 이 같은 사실이 일부 소비자에게 알려지면서 결제서비스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석 의원은 “가맹점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실익이 있는가, 신용카드가 아닌 제로페이를 선택할 유인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