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장애인 성폭행’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남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남성의 부인 A씨가 쓴 청원도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남성의 가족은 무고를 교사한 피해자의 고모와 사건을 담당한 경찰도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A씨는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무고로 인해 복역했던 남편의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2016년 11월 30일 (남편) 구속 순간부터 겪었던 피해자의 악마 고모 부부와 무능한 경찰 이야기를 세상에 널리 퍼트리고 싶어 글을 쓴다”며 “더는 억울한 성범죄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남편은 2015년 사업차 내려간 전남의 한 마을 빌라 1층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던 중 성폭행 가해자로 몰렸다. 피해를 주장한 사람은 2층에 살던 B양(당시 18세). 지적 장애 2급인 B양은 고모 부부 집에 얹혀살았다.
A씨 남편은 결백을 호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 남편이 올해 1월에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은 것은 공교롭게도 B양 덕분이었다. 증인으로 나선 B양은 14세 때부터 고모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고모가 시켜서 A씨 남편을 무고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A씨는 “악마보다 더 독한 B양 고모의 강력한 처벌을 부탁드린다”며 “(남편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지적 장애인을 성폭행 한 혐의로 11개월이나 옥살이를 했다”고 말했다. A씨 남편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됐을 때 B양과 마주친 적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또 “악마 고모는 조카를 양육 핑계로 집에 데려와 사료 포대 나르는 일을 6년이나 시켰다”면서 “일하지 않으면 폭행하고, 학교도 보내지 않은 채 신분증과 복지카드를 모두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B양 고모부의 성폭행이 시작된 뒤에는 고모의 학대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한다. A씨는 “고모가 B양을 무자비하게 때렸다고 하더라”며 “남편 이전에도 과거 거주하던 곳에서 이웃을 성폭행 가해자로 몰아간 적이 있다”고 했다. 고모는 무고 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의 초동 수사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B양이 피해 장소로 지목한 모텔은 성폭행이 벌어진 시기에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 상호도 성폭행 이후 변경됐다. A 씨는 “이 사실을 B양 측이 뒤늦게 알았는지 피해 장소를 수차례 번복했고, 원래 상호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모텔 CCTV도 확보하지 못했다. CCTV 영상은 통상 1주일간 보관되는 데,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모텔 주인이 전화로 “1주일이 맞다”고 말한 점을 그대로 믿어 현장에 방문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 모텔의 실제 CCTV 보관 기간은 4~6개월이었다.
B양이 처음 보는 남성 여러 명의 사진과 A씨 남편 사진을 섞은 뒤 가해자를 고르라고 시키기도 했다. 이른바 ‘선면 수사’를 한 것이다. 문제는 선면 수사 1주일 전 이를 피해자 측에 통보한 점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 남편 차를 타고 모텔에 갔다던 B양은 차량 내부를 다르게 기억했다. A씨 남편의 자택마저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무수한 의문점이 있었지만 경찰은 A씨와 세 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A씨와 딸들은 전남에 집을 구해 머물며 사건을 추적했다. 진실은 남편이 구속된 지 6개월쯤 지난 2017년 6월 B양이 고모 부부 집을 가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학대에서 벗어난 B양은 항소심 재판에 나와 진범을 폭로했다. B양 고모부는 범행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A씨는 “만약 B양이 악마 고모 부부와 계속 살았다면 제 남편은 아무런 증거 없이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며 “경찰과 B양 고모를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무고의 대상이 되면 남성은 증거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 증거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 남편 사건은 지난 5일 KBS ‘제보자들’에서 다뤄졌다. 경찰은 “성인 피해자의 진술도 세부적인 사항은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6세 아동의 지적 능력을 가진 B양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피해 내용에 가해자만 바꿔 대입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더 헤아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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