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서울대학교에서 교수 성폭력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성폭력 혐의가 확인된 교수들은 모두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한 학기 잠시 쉬다 복귀하는 셈이다. 학생들은 가해 교수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6일 서울대학교에 대자보가 붙었다. 서어서문학과 A교수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였다. 대자보를 쓴 B씨는 “호텔 바에서 내 허벅지 안쪽에 있는 화상 흉터를 보고 싶어 했고 안 된다고 했는데도 스커트를 올리고 다리를 만졌다. 버스에서 자고 있을 때 뒷좌석에서 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만진 적도 있고, 수시로 내 어깨와 팔을 허락 없이 주무르기도 했다”며 “내 사생활을 통제하려 해서, 남자친구를 사귀려면 사전에 허락받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지난해 서울대 인권센터에 A교수를 고발했다.
인권센터 보고서 내용에는 ‘학술행사 참석차 외국에 따라갔는데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다 다리를 만졌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따를 때 무릎을 꿇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인권센터는 A교수가 실제로 성폭력을 행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정직 3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에도 서울대 사회학과 C교수가 성폭력 혐의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학생들은 솜방망이 처벌 탓에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수빈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가해) 교수는 절대 파면되지 않고 한 학기 쉬고 돌아오고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상황에 학생회는 큰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분노했다.
김일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H교수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결국 이런 식으로 문제가 처리되겠구나’ 생각했다”며 “반복적인 성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교원 징계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징계는 11건 이뤄졌지만 해임이나 파면은 없었다. 그동안 자체 징계규정이 없던 탓에 사립학교법을 준용해왔던 서울대는 현재 교원징계규정을 강화하고 있는 과정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4일 서울대학교 입학식장에서 A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데 이어 14일 다시 집회를 열 예정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