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화물선에 받힌 광안대교 복구비 추산도 안 돼

입력 2019-03-05 18:01
3일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찰서에서 광안대교와 충돌사고를 낸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승선원 15명)의 선장 A(43)씨가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러시아 화물선 광안대교 충돌 사고 원인은 음주 운전과 조타 미숙 때문인 것으로 나왔다.

부산해양경찰서는 5일 오후 부산 영도구 부산해경에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승선원 15명) 충돌사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부산해경은 “씨그랜드호의 VDR(선박항해기록저장장치) 등을 분석한 결과, 선장 A씨(43)의 음주로 인해 판단 미숙 등으로 요트와 광안대교 등을 충돌하는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씨그랜드호는 지난달 27일 부산 남구 용호부두에 입항해 경북 포항에서 선적한 스틸봉 1494t을 하역하고, 스틸코일 1414t을 싣고 출항할 예정이었다.

사고 당시 씨그랜드호 조타실에서는 오후 4시20분쯤 광안대교 교각 충돌 때까지 선장의 지휘능력을 의심하는 선원들의 대화가 있었고, “광안대교를 피할 수 없다”는 1항사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화도 녹음됐다.

오후 6시4분에는 “이게 술의 결과다. 들어갈 때 뿐만 아니라 절대로 안 돼”라는 선원의 대화가 확인됐다고 해경은 전했다.

당일 사고 직후 해경이 A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실시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086%로 나타났다. 해사안전법상 해상 음주운항 단속기준은 0.03%이다.

1일 부산 남구 용호부두에 정박 중인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승선원 15명)의 승선원들이 파손된 선박 구조물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해경은 “또 씨그랜드호가 요트를 충돌하고 현장을 이탈하면서 ‘저속 우현전타와 전·후진’을 반복했다면 광안대교를 들이받지 않았을 텐데 반대로 ‘고속 우현전타’하면서 배 회전반경이 커져 광안대교와 충돌했다는 게 중간 수사결과”라고 설명했다.

해경은 해사안전법위반(음주 운항), 업무상과실선박파괴(요트 파손), 업무상과실치상(요트 승선원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된 A씨에 대해 부산항 입항 당시 예인선을 사용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하고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추가해 입건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4시23분쯤 부산 앞바다를 지나던 러시아 화물선 A호(6000t급)가 광안대교 하판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뉴시스.

한편, 개통 이후 처음으로 대형 화물선에 들이받혀 파손된 부산 광안대교 피해복구에 드는 비용과 배상 방법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시는 3월 한 달간 정밀 안전진단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복구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고 어느 정도까지 관련 공사를 해야 할지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역대 유사한 사고 사례도 없어 현재로서는 복구비용을 추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경은 정확한 피해규모는 확인 중이며, 사고를 낸 씨그랜드호는 총 2500만 달러(약 275억원) 규모인 P&I보험(선주책임상호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나연 인턴기자, 뉴시스